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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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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山이 짝지은 나의 웬수....


BY 딸기엄마 2004-09-14

내가 지금의 남편을 만난건 아무리 생각해도 운명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어려운 형편에 재수까지 시켜서 딸을 서울에 있는 사립 여대에 보내신 부모님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난 열심히 공부를 했어야 했지만 소외된 계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나로서는 공부보다는 소외된 우리 민중과 함께하는 것이 더 큰 소임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운명이라 생각하며 그를 사귄지 5년이 된 어느날, 군대를 제대한 그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

기가 막혔지만, 군대를 제대한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겪을수 있는 가치관의 혼란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의 강사를 하면서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있었지만 그사람은 이제 3학년으로 복학을 준비하는 단계라 더 나에 대한 자격지심이 심하리라 생각했었기에 쉽사리 나는 그에게 시간을 허락하기로 했었다.

우리는 6개월 정도 시간을 가지기로 약속하고 그는 대학으로 나는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친구의 소개로 포항에 있는 학원에 취직을 했다.

서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나는 주말마다 부산에 가야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아니 무엇보다 빨리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길 바라며 포항에서 친구와 함께 산악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원래가 심장이 좋지 않은 탓에 산이라곤 뒷동산도 올라 본 적이 없는 내가 친구의 권유로 산악회에 가입을 하였고,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아무리 낮은 산도 제대로 오르질 못해서 헉헉거리기 일쑤였고, 내 베낭은 항상 다른 남자 회원의 짐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남자 회원은 나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단 한명만을 제외하고....

그사람은 첫 산행부터 나에게 짐스럽다는 식의 말투로 날 자극시켰다.

다른 남자 회원들이 친절하게 대하면 그것에 대해서도 딴지를 걸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내가 자취하던 집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악연도 인연이었을까?

난 그와 자주 바닷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셧고, 자연스레 나의 연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나의 이야기는 참 잘 들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지내던 친구가 부산집에 가고 없는 사이 나에게 급성 장염이 찾아왔고, 난 연락할 사람이 없어 그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는 새벽이었음에도 나에게 달려와 주었고 이틀동안 나를 지극히 간호해주었다.

그 일을 서울에 있는 사람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는 너무나 차가웠다.

상처입은 내 영혼을 아무말 없이 달래주던 그...

나는 어느새 그에게 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 질수록 우리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었다.

그는 전문대를 나온 사람이었고, 나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온 여자였기에...

우리 집은 오빠와 남동생 모두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 집안이었다.

당연히 반대가 있을 수 밖에....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서로 원수의 집안이 아니었으면 로미오와 줄리엤은 생겨나지 않았을거라고....

나도 엄마와 식구들의 반대가 거셀수록 더욱 그에게 끌렸다.

무엇보다 6개월이 지났다며 나에게 다가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예전처럼 날 대하는 옛 남자의 태도에 더 화가 났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남편인 그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쉬웠다. 워낙 어린시절부터 고집이 세던 내 성격을 부모님은 꺽으려고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모든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게 벌써 10년이 되었다.

우리는 대화가 많은 부부다. 그만큼 싸움도 많다.

하지만 대화가 많기에 싸움 뒤에 화해도 그만큼 빨리 할 수가 있다.

가끔 남의 남편이나 옛 사람과 남편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항상 결론은 지금의 남편이다.

오늘도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술 취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 할 것이다.

" 여보~~~ 싸랑 ~~~해"

난 오늘도 거짓말 같은 진실에 속아서 하루를 마감한다.

내가 남편을 만난 건 山이 날 속여서 코를 꿰었다고 투정을 부리지만  내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 지금. 난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