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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7년동안 그대를 짝사랑 해온 남자"


BY aro world 2004-09-13

"7년동안 그대를 짝사랑 해온 남자"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 지는 걸까요?

지금으로부터 7년전 제게 날아온 편지의 그 남자는 이름 대신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그때는 내나이 27세였으니 다시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살 때 절 본것이겠지요.

 

전 97년 7월 무슨건설회사에서 편지가 와서 채용정보가 온줄 알고 가볍게 열어보았더니 내용은
[ 안녕하세요. 저는 7년전부터 윤경씨를 짝사랑해온 앞집 (?옆집)에 살던 총각입니다.

바보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7년전 어느날 그대를 우연히 본 그 순간부터 내 어리석은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했지요.

길에서 마주치면 말을 걸어 볼까? 아니면 먼저 인사를 해볼까? 그러나 내 어리석은 마음은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지요. 바보같이 .... 7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용기를 내봅니다.

윤경씨 내 어리석은 마음에 용기를 주세요.

7월 13일 일요일 2시 이솔커피숍에서 기다리겠습니다.
7년동안 짝사랑해온 남자 ] 그리고 호출기 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편지는 가족들이 다 돌려보았고, 스토커니, 용기없는 남자니, 만나봐라, 말아라.. 말이 많았습니다.  사실 제 이름은 윤경이 아니고 윤정이거든요.
옆집남자?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도대체 옆집에 남자가 살았었나?

전 전혀 기억도 없고 마주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저희 집은 103호였고 옆집 104호와 문을 마주보고 있거든요

 

약속의 그날, 4시가 넘도록 저는 집에 있었습니다.

그때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누나 나 지금 어디게?"  "어딘데"

"누나 편지에 적힌 커피숍이야."  "거긴 왜 갔어?"

"한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맞는거 같아."   "아니, 2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있겠니?"

"혹시 모르니까 누나가 호출해봐. 바로 일어서서 전화하러가면 그 사람이 맞을 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근데 네가 보기에 어떠니?"

내심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답고, 착해보여." 남동생의 말에 전화 통화를 하고 장소를 바꿔 우리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처음 만난 그 남자는 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도 저를 잘 아는 듯 28년의 세월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절 언제보셨는지 .... 저는 정말 처음보는데요!"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위에서 아래로 쭉 그를 보았습니다. 키는 180정도, 외모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썹이 짙고, 눈은 한쪽눈만 쌍꺼풀이 있고 ,코망울은 둥글고, 두툼한 입술 ...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와 저는 1살차이에 생일도 같은 1월생이고, 알고보니 초등학교 선후배였습니다.
그는 밴드부에, 저는 무용부에 있었으니 비슷한 공통점이 많았고 어디서 보았어도 보았을 것도 같은데 우리의 인연은 그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얘기인즉, 7년전 여름, 대학시절에 104호는 어머니(지금의 시어머니)가 세를 주시려고 집수리를 할 때 그 집에서 혼자 여름을 보냈답니다. 

어느날 밤 집으로 오는 길에 제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베란다에 있는 모습에 한눈에 뿅!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는 그날부터 모든 귀와 눈이 저에게로 쏠리면서 옆집 문소리가 나면 같이 뒤쫒아가고, 저희 집에서 웃음소리만 들려도 솔깃, 스토커 아닌 스토커로 1년정도 지내다가, 사관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휴가 나올때마다 누나가 104호에 살았었는데 누나 보러 온다는 핑계로 혹시나 하며 저를 만나려고 기웃기웃 했답니다. 이름도 누나를 통해서 얼핏들었나 봅니다.

 

7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아! 이여자를 만나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합니다.

근데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 내 나이 27세때 저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남자를, 결혼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27살을 넘기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았습니다. 이미 예정해 놓았던 운명의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해 9월에 상견례를, 10월에는 야외촬영을, 드디어 12월 27일에 결혼을 했습니다. 빠르게 진행된 사이라 걱정도 됐지만 지금까지 잘 살고 있으니 서로의 소망과 사랑이 함께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요?

여태까지 그에게서 편지라고는 그때 1통 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였어요.
그 편지 한통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답니다.

 

지금도 친정과 저희 집이 마주보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코앞의 인연을 너무 멀리서 찾고 계신게 아닐까요?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