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수녀님 축일에 연극 공연을 하란다.
제목은 '순교자.'
천주교 박해시절에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다.
나는 그 여인을 사랑하는 왕의 역할로 출현했다.
우리는 신필림에 찾아가서 연산군이 입었던 옷을 빌렸다.
어찌나 큰지 질질 끌렸다.
슬픈 이야기가 내 의상때문에 연습하는 날마다
깔깔대느라고
난관에 부딪치곤 했다.
나는 여인에게 말한다.
내 말만 들어준다면 처형을 면하여 준다고...
그래도 굳이 천주님을 모시겠다는 여인...
처형을 명하고 돌아서는 왕의 허탈한 웃음...
그 웃음소리가 잘 안되었다.
으하하하하...
이렇게 나가야 하는데...
그건 신영균이나 할수 있는 것이지 나는 못하겠다.
너희들 웃기기만 해봐....
선생님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요구를 하셨다.
애들은 나만 보면 웃는데 내가 웃기는게 아니다.
괜히 연산군의 옷은 빌려와 가지고...
잘 해볼려고 신필림까지 찾아가서 애교를 떨고
빌려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 옷이 이렇게 우스울줄이야...
'아니옵니다. 저는 천주님을 사랑합니다.'
이 대목부터 비실 비실 웃음이 나오니...
나는 주인공 여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로 했다.
웃으면 눈이 없어지는 내게 사나운 왕을 하라니 희극이
되어갈수밖에...
'어이 왕 눈 좀 떠...'
선생님도 놀린다.
그럭 저럭 연극은 무사히 끝냈다.
수녀님의 칭찬도 들었다.
'진짜로 나쁜 왕으로 보이던데...'
그렇게 말씀하셨다.
작은아이가 유치원에 다닐때 연극을 했다.
솔로몬 왕으로 작은애가 출현을 했다.
아기를 두고 두엄마가 서로 자기가 엄마라고 다투는데
솔로몬왕이 재판을 한다.
솔로몬왕도 자기한테 큰 의상을 입고 있는것을 보면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웃었다.
그 시절 나의 모습이 아들에게 있었다.
우리는 어쩔수 없는 닮은 꼴이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나는 한국의 왕이었고 아들은 외국의
왕이라는거다.
그래도 우리는 다 같은 왕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