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백하지만 나는 사실 밥도 한번 안해보고 시집이란걸 왔다.
물론 시집 오기 전에 남편에게 고백을 했다.
그때 남편의 말은 이랬다.
'걱정마. 난 셀프 써비스할 각오를 하고 있으니까...'
아니 자기만 셀프 써비스하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셀프 써비스도 못하는구만...
난감한 얼굴인 내게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캠핑을 많이 다녀서 밥도 잘하고 찌게도 잘 끓이니까 내게 맡겨.'
그렇지 이게 정답이지...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의기양양하게 시집이란걸 왔다.
철없던 나의 과거지사다.
무지란 사람을 용감하게 했다.
'이런 딸을 시집 보낸 너희 엄마는 참 용감한 사람이구나.'
시어머님은 그렇게 말씀히셨다.
우리는 용감한 모녀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딸때문에 용감한 사람이 된줄은 꿈에도 모르고 계셨지만....
셀프 써비스의 유효기한은 이개월을 지나지 못했다.
셋방살이 육개월이 지나고 시집살이로 들어간 얼마후의 일이다.
그가 일찍 퇴근을 했다.
고추장 두부찌게가 먹고 싶단다.
당연히 시어머님이 끓여 주실줄 알았다.
시어머님은 호박꽃이 세개만 내 손에 집혀 주셨다.
안방에 앉으셔서 내게 가르쳐 주시기를
'참기름에 고기랑 마늘이랑 고추장을 넣고 쪼몰락거리다가 물을 부어라.
호박꽃이도 물과 함께 넣고... 끓으면 두부를 넣고 파를 넣어라.
간은 국간장으로 맞추고...'
시키는대로 했다.
잘 될줄 알았다.
시키신대로 했으니까 자신도 있었다.
첫술에 남편은 수저를 팽개쳤다.
'소태야. 간도 안봤어?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거야...'
나는 매운것을 먹지 못해서 그 맛이 짠건지 매운건지 분간을 못했던 것이다.
남편은 휑하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시어머님이 부엌으로 들어 오셨다.
'너희 엄마도 참 용감하시지...'
또 울엄마를 용감하다고 하셨다.
시어머님이 다시 끓이신 고추장찌게를 남편은 말없이 먹고 있다.
시어머님이 아들에게 말씀 하셨다.
'남자가 좀 짜도 먹고 싱거워도 먹어야지 그렇게 팩하니 성질을 내면 쓰냐...'
남편은 묵묵부답이다.
남편은 내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는다.
여전히 화가 난 얼굴이다.
무안해진 나는 옥상에 올라가 친정이 있는 하늘쪽을 바라보았다.
용감한 울엄마가 보고 싶었다.
시동생이 기타를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우리 형수님 위문공연 해드릴라구요.'
시동생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시동생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
웃고 말았다.
그런 노래 솜씨로 위문 공연하러 옥상까지 올라온 어머님의 망내아들도
울엄마만큼 용감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
우리 엄마가 있는 집에 가고 싶었다.
셀프써비스 하겠다던 남편의 배신이 분했다.
지금은 고추장 찌게를 아주 잘 끓인다.
두부찌게뿐이 아니라 고추장 미역찌게 고추장 고사리찌게도 일품으로 해낼수
있다.
정말이다.
큰아이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을때 여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은 이렇게 음식솜씨가 좋으신데 저는 아무것도 못해서 어쩌지요.'
나는 우쭐했다.
그런데 큰아이가 그 말에 이렇게 답했다.
내게 한 말에 왜 지가 답을 하냔 말이지...
'걱정마 우리엄마는 시집 올때 밥도 못하셨어.'
저런 저런...
그 일급 비밀을 폭로하다니...
우쭐하던 나는 약코가 좀 죽었다.
큰아이는 가끔 내 약코를 죽이곤 했다.
작은아이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우리 엄마 마늘 장아찌는 아무도 흉내 못내. 먹어봐...예술이지?'
작은 아이 여자 친구는 감탄을 한다.
나는 조마 조마 했다.
큰아이처럼 내 비밀을 폭로할까봐...
작은아이는 내가 잘하는 품목만 자랑하고 있었다.
기특한거...
나는 으쓱했다.
어떤 아들도 지 아빠처럼 셀프 써비스하겠다는 말은 안했다.
셀프 써비스라니...
남녀유별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