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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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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친구의 오빠.)


BY 모모짱. 2004-09-11

열세살의 나는 개나리 울타리가 이쁜 친구의 집에 처음으로 갔다.

친구의 집 마당에는 밤나무도 있었고 연못도 있었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것은

친구에게는 내게 없는 오빠가 있었던 점이다.

대학생인 친구의 오빠는 우리를  안양 풀장에도 데리고 갔고  겨울에는 한강

스케이트장에도 데리고 갔다.

나는 수영과 스케이트를 친구의 오빠에게서 배웠다.

친구의 오빠가 군대를 갔다.

국군장병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친구의 오빠가 휴가를 왔다.

'그렇게 재미없게 편지를 쓰는 놈이 어딨냐.'

친구의 오빠는 그렇게 말했다.

 

친구의 오빠가 실연을 당했다.

술을 먹고 와서 군화신은 발로 현관문을 발로 밖차고 큰소리로 울었다는 말을

친구에게서 들었다.

친구의 오빠는 첫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친구의 오빠가 불쌍했다.

카츄샤부대에 운전병이 된 친구의 오빠가 근사한 차를 타고 골목길에 들어왔다.

친구의 오빠는 참 멋있었다.

 

남자친구들이 생겼다.

독서실에서 남자친구들과 공부를 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의 오빠에게 처음으로

 야단을 맞았다.

'공부를 하는거냐... 연애질을 하는거냐...'

울었다.

자기가  뭐 내 오빠인가...화가  났다.

 

대학생이 되었다.

나도 동갑내기 애인이 생겼다.

참 재미있었다.

알콩달콩 이야기도 잘 통했다.

친구가 왔다.

오빠가 부른단다.

또 야단을 맞았다.

'너 그렇게 시시한 연애를 하면 안된다. 너 정도면 얼마든지 멋진 남자를 만날수 있어.

너랑 나랑도 얼마든지 애인이 될수도 있는거야...'

친구의 오빠는 내게 애인과 헤어지라고 했다.

자기가 내 애인이나 되냔말이지...

또 울었다.

내 애인을 쪼다라고 하다니...

억울하고 슬펐다.

 

얼마후 나는 애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대학가에는 데모가 한창 열을 뿜던 시절에 학교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휴강을 했다.

여름이었다.

심심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가 내일 회사에서 남이섬에 가는데 하루 임시 애인으로 너를 데려가고 싶대는데...'

일일임시 애인으로 나는 친구의 오빠를 따라 남이섬으로 갔다.

친구의 오빠는 부장이란다.

부장인 친구의 오빠는 사람들앞에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제 휘앙세입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이렇게 이쁜 휘앙세를 숨겨놓으시다니...'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친구의 오빠 휘앙세인것처럼 다소곳이 인사를 해야만 했다.

억울했다.

오면서 따졌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그러기로 했잖아.'

대답은 간단했다.

 

친구의 오빠가 집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대문앞에서 그가 말했다.

'내가 결혼을 한다면 말이야...너랑 하고 싶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햇다.

'안녕히 가세요.'

그 말만 했다.

일년이 지나고 있었다.

친구의 오빠는 내가 거절한것으로 알고 있었다.

친구의 오빠가 과연 남편이 될수 있을까...

친구랑 시누이 올캐가 될수 있을까...

의문 투성이었다.

그냥 좋은 오빠로 남아 있는것이 나을것 같았다.

 

대학 사학년이 되었다.

선을 보았다.

친구의 오빠처럼 키가 크지 않았다.

친구의 오빠처럼 포용성이 없었다.

취미가 무어냐고 묻는다.

나를 이뻐하는 눈길로 보아주지도 않는다.

물어 보는 것이 너무 많다.

일찌 헤어지고 나왔다.

소공동으로 발길이 갔다.

토요일이었다.

친구의 오빠 회사를 올려다 보았다.

'퇴근 했을래나...'

 

내가 친구의 오빠 회사로 들어서니 친구의 오빠는 놀라지도 않았다.

'왠일이냐...영화 보고 싶어서 왔냐...'

나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았다.

크린트이스트우드가 나오는 서부영화를 보았다.

극장에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오빠는 비닐 우산을 하나 샀다.

우산속에서 우리는 가까이 섰다.

'와..첫눈이네...내가 왜 우산을 샀는줄 알아?'

나는 모른다는 표정으로 친구의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우산속에서 팔장을 낄수 있잖아...'

저녁을 먹는 레스토랑에서 나는 친구의 오빠에게 말했다.

'그때 그말...아직도 유효한가요?'

친구의 오빠는 나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영원히 유효하지...'

 

크리스마스가 곧 닦아왔다.

친구의 오빠는 내게 긴 부쯔를 사주었다.

긴 부쯔를 신은 내게 걸어 보란다.

친구의 오빠는 부츠를 신고 걷는 내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됬어.바로 그거야...그런 부쯔를 신겨보고 싶었어. 춥더라도 미니 스카트를 꼭 입도록 해.'

그해 겨울은 미니스커트를 입어야만 했다.

 

친구의 오빠가 해외 출장을 갔다.

그림 엽서가 왔다.

'너를 얻은것은 세상을 얻은것이다.'

이쁜 그림 엽서에는 그렇게만 써있었다.

스물 다섯이 되던 해에 나는 그의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