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내는게 이렇게 쑥쓰러울까..
그래도 난 쓰려고 한다.
왜냐면.. 음.. 왜냐면.. 우리의 사랑이 더 잊혀지기 전에 기억해두기 위해서다.
그렇게 처음엔 친구처럼 편하게만 생각됐던 면..
정말이지 그때 난 내가 바보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난 정말 이렇게 친구가 되는구나 했으니깐..
그렇게 편하게 만나던 때 내 졸업 선물이라면서 씨디 한장을 구워주었다.
고맙다고 집에 내려가는 길에 심심하지 않겠다고 좋아라 했는데 내 씨디 플레이어가 고장이 났다.
'에이.. 못듣겠네..' 하니까 그럼 자기꺼 가져 가라고 선뜻 내주던 면이..
날 뭘 믿고, 내것보다 훨씬 쌤삥이던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작전이지 않았을까 (..웃음 새고 있는 후리지아) 싶다.
또 그걸 뭣 모르고 좋다고 받아와서 듣고 또 돌려줄라고 만나고..
참.. 정말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 번째 만났을땐가.. 차 안에서..
면이 '너 진짜 손 작다'
후리지아 '작긴? 니꺼만해'
면이 '뭐가? 작구만.. 어디?
후리지아 '그래 대보자.'
그때 그 순간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리던지 면이한테 들키지 않을라고 애썼었는데..
나중에 물어봤다. 혹시 당신 그때 기억나냐고?
그랬더니 '이 바부야.. 니 손 잡고 싶어서 내가 일부러 그랬어.' 한다.
좀 어이 없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 사람이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
후리지아는 이때의 콩닥거림이 사랑의 콩닥인지 몰랐다. 바부팅이..
그러던 어느 날.. 아니 내 졸업식 날..
졸업이란 졸업은 다 해봐서 진짜 내 인생의 졸업식은 이게 마지막이려니 하는 그 날..
꽃돌이 하나 없이 가족들만 조촐하게 축하해 주었던 그날 밤..
면이에게 전화가 왔다. 술에 취한 목소리..
'난 니가 맘에 들고 좋은 것 같은데 넌?' 어어 하는 사이에 '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난 결혼해야 할 시기이고 너가 날 심심풀이 땅콩처럼 만난다면 난 이제 그만 할란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 이런다.
어어 하면서 난 그런 말을 왜 벌써 하냐고 좀 있다 하지 그랬다고 난 남자가 그렇게 나오면 당황스럽더라고 했더니.. 우리 귀여운 면이 그 취중에도 '아~~ 그럼 이 말 취소! 나 암말도 안했다. 졸업 축하해~'하고 끊는다.
내가 좋긴 좋았나 부다. 히히..
나이를 헛 먹었었다.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는 얘도 아닌데 그때 면이에게 그럴 수 있었다는게 신기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내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 내게...'내가 너만은 내 옆에 오래 있을거라 공 들였던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냐? 늦게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 이 순딩아! 그렇게 좋냐?' 한다.
후후.. 그 친구 아직까지 쏠로다~ 미안타~ 좋은 친구인데.. 그 친구.. 지금도 내게 '그렇게 좋아? 그렇게 좋냐?' 묻는다.
친구야~ 응 좋아. 너 혼자 남겨 두고 미안해. 너도 빨리 시집가~ 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들은지라 연락을 쉽게 할 수가 없더라.
그제서야 내 행동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생각되고 부담되고 이러면 안되는데 해지고 머리속 복잡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연락을 하게 됐는데 언제 그런 고민을 했나 싶게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편했다.
퇴근하면 통화하게 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면서 차근차근 연인으로 발전해갔다.
후후.. 옛날 일인데 새록새록 생각난다. 파노라마처럼..
혼자서도 잘 노는 후리지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