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만나 9일만에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국외 거주자라는 이유로...
나이가 서른을 넘어 천생배필을 찾고자 한달간의 짧은 시간을 갖고
오자마자 선을 보기 시작했다나...
돌아갈 시간은 다가오고...배필은 만나지를 못했고..
거의 포기하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우연히 동네 이웃되는 그의 동생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잠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도 풀 겸..진실된 마음보다는 약간의
장난기와 함께 그를 만났고 ....만난 순간.. 외모보다는 마음이 진실된 것같아
그 자리에서 결혼을 약속하고...바로 모든 것을 진행시켰다..
가족들의 황당해 하는 얼굴과 친구들의 난리 아닌 난리도 외면하며
왠지 모르는 믿음감에 내 인생을 거는 도박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부터 본격적인 우리의 결혼 준비는 시작되었다...
일주일안에 예식장을 잡고 주례선생님을 정하고...예물이며..예단이며..
그렇게 번개불에 콩 볶듯이 결혼식을 끝내고 2박 3일의 신혼여행...
여행에서 돌아옴과 동시에 그는 그의 사는 곳으로 떠나고..
혼자 남겨진 나는 지난 열흘간을 뒤돌아보며....
앗뿔사!!!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엄청 씌였구나..
열흘만에 바뀌어 버린 나의 인생이 ...나의 미래가...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그를 따라 나의 가족을 두고 멀리 낯선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고..
그리고...정작 그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매일저녁 전화와 일주일에 한통의 편지로 나를 위로 (?)하며
하루하루 만난날을 단축시켜주고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낯선 땅에서의 나의 신혼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파악해가며
서로에 적응해가며 산 세월들은 별로 득이 될 것은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게 싸우며...내가 왜 이곳까지와서 이 고생을 할까...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는 상대에 대한 불평과 그에 대한 미움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지냈다...
그러다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고...그 아이들로 인해 싸움이 아닌 대화가
시작되고..조금씩 웃음이 돌기도 하며...상처 받았던 마음들이 조금씩
회복됨을 느끼기도 했다...
성실하고 책임감있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인데...
내 눈이 내 마음이 어두워서 그 동안 그의 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같다..
이제 서로를 알아가며 포기할 건 포기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고..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가며 산 지 13년이 지났다...
처음 느낀 믿음이 결코 잘못 느낀것이 아님을 나는 이제 확실히 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