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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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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이젠 아프지 않을게요.


BY 아내 2004-09-08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남편을 만난 것을 저에겐 큰 축복임에

감사하며 살고 있으니 또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 갑니다.

 

 큰 대형사고로 인하여 의식에서 깨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나고

약냄세도 맡기 싫을정도로 병원마크조차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인연은 참으로 질기기만 하였습니다. 두 번의 재수술을 끝내고

아픈부위를 붕대로 감고는 사무직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또한

소개로 인하여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육신이 건강치 못한 저였지만 그래도 당당했던 나였기에 한 남자

앞에서도 늘 당당하기만 했었고 그는 그런 제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늘 한 쪽 마음에 부담으로 찾아왔던 것은 잘 구부러지지

않는 팔, 그리고 하루하루 드레싱을 해야하는 자신이었기에 그 앞

에선 늘 당당하긴 했지만 건강치 못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왠지 거리낌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늘 긴 옷을 입고 있었

기에 그 누구도 이런 불편함을 몰랐고 그 사람도 또한 몰랐으니까요.

  또다시 입원을 해야했던 나는 그 사람이 병문안을 오진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의 하루가 또 가는 그 시간

노크소리와 함께 병실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면서 낯익은 모습이

내 눈 앞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초라한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 사람 앞에 보여진 순간이었습니다.

후끈거리는 얼굴빛을 느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난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기에 한동안은 침묵만이 있을뿐이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왜 말 않했어요? 이렇게 몸이 아픈지

몰랐어요." "........." 전 아무말도 하지 않은 체 흐르는 눈물도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부위를 만져보는 그 사람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병간호를 하시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를 집으로 가시라고 하더니 그 사람은 간이침대에 몸을 뉘

었습니다. 그날 밤 소리없이 흘린 눈물은 아침에서야 퉁퉁부은

얼굴로 밤새 울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와 결혼하기 위해 기도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린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넉넉하지

못함속에서 우린 시작했지만 두 사람만의 사랑은 수틀에 수를 놓아

가듯 늘 빈틈없이 채워가고 있었으니까요. 아픈 나를 위해  그는

함께 아파했고, 아픈부위의 상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나와도

그는 자신의 아픔과도 같이 입김을 불어 넣으며  드레싱을 해

주었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이젠 건강엔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싶었지만

늘 비상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자정이 넘은시간 응급으로 가야

했던 순간, 결국 폐가 좋지 않은 것을 알고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날 힘들게 했지만 그런 내게

"이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힘들지?"

"..........."

오히려 남편에게 하고 싶은 위로의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 라고 말예요.

 

  남편의 사랑과 기도가 늘 제게 힘을 주곤 합니다. 내가

아픈것보다도 더 아파하는 남편이 피어놓은 사랑의 꽃은,

늘 언제나 활짝 피어있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젠 아프지 않을게요" 라고......... .

 

    사랑이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한다.

 11년이라는 삶을 함께 하면서 때론 어려움을,

 때론 기쁨을 함께 나누어 가면서 한 가정에

 시들지 않을 꽃을 피워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쁨이고, 감사였다.

   혼자서는 이뤄갈 수 없는 가정에 두 사람이

 함게 했기에 수틀에 놓인 수는 아름다움으로

 결실을 맺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서든지 음미할 수 있는 우리의 사랑이

 힘겹게 살아 가는 누군가에게 한 없이 퍼져가는

 변하지 않는 향기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