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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판에 메뚜기 이리폴저리폴..


BY 아침이슬 2004-09-08

              벼베며..메뚜기 잡으며......

하늘엔...
하얀 구름이 참 많은 모양들로 그림을 그리나 봅니다.
북쪽하늘엔 양떼가 커다란 개를 보초로 세우고
파란 풀을 뜯느라 연신 입을 오몰거리고...
남쪽 하늘엔 새털같은 구름이 예쁜 아이 머리핀이라도 닮은 모습으로
뚝 떨어져 내릴것 같구.
서쪽하늘엔 바닷가 몽돌처럼 동글동글..거무틱틱한 구름이 쫘악 깔려 있구..
동쪽하늘엔 톰과제리가 쫓고 쫓기는 모양으로 하늘을 뛰어다닙니다..

 

동화 나라같은 하늘아랜
입벌리면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홍시 대롱대롱한 감나무가 두팔 늘어뜨렸고,
똑 떼구르르 굴러 내리는 도토리 떨군 참나무 바람에 어슥어슥 엷은  소리내고,
폭 뭉개지면 구린내 무지 코를 괴롭히는 은행 자르르르 흘려내리는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어 있구...
아야....아야.....머리위에라도 떨어지면 비명을 질러도 즐거운 밤송이 매단
밤나무 두팔벌려 서있습니다..

 

물속에 푹 담가둔 볏집추려 한아름 지게에 얹어 앞장서신 아버지 뒤를
졸졸 따릅니다..
꼬불꼬불 쪼랑쪼랑 달린 팥 두발로 슬슬 밀어 노란 알이 고개숙인 벼 논으로 들어섭니다
아...어쩌면 이리도 예쁘고 앙징맞게 탱글탱글 잘도 익었는지...
손위에 벼 한송이를 쭈욱 올려 보면 저절로 입가엔 웃음이 번집니다..

 

아부지 .....
메뚜기 잡으러 가도 돼요??
이 지집아야(우리 고향에선 계집애를 이리불렀음)...나락 밟으면 안?께 나락베거던 잡거라...

 

 

 

 

 

지게에서 내린 숫돌위에 쓱쓱싹싹 낫을 갈은 아부진
두세포기씩 잡은 나락을 쓰슥 베어내십니다..
아부지 손이 나락을 벨때마다 포륵포르륵 날아 여기저기
벼이삭을 옮겨 붙는 메뚜기따라 꼬맹이도 무지 바빠졌습니다.
폴짝뛰어 손을 꽉 잡았다 떼면 파란 메뚜기가 입에서
꺼무리한 물을 뱉어내며 도망치려 안간힘을 써댑니다..

 

길다란 강아지 풀을 뽑아 메뚜기 뒷목덜미를 끼워 주욱 내려
도망가지 못하게 엮어 왼손으로 거머쥡니다
폴짝폴짝..뛸때마다 강아지 풀에 매달리는 메뚜기가 굴비 엮이듯
줄줄이 엮여집니다..
그리그리 잡았습니다..
참 많기도 했습니다..
벼논가득 이리폴 저리폴 날아다니는 메뚜기가
햇빛을 받으면 꽃잎이 날리는듯 무지 아름답습니다..

 

석양을 받은 구름이 발갛게 물이 들어 노을이 지면
어둑어둑 어둠 내리논에 아버지 지게 그림자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에 강아지 풀에 엮인 메뚜기도 제법 무게가 나가게
많이도 붙어 있습니다..
꼬물꼬물 움직이며 살아 있다는걸 수시로 알려오지만
하루종일 폴짝이며 애써 잡은 메뚜기를 살려줄 마음이 꼬맹이에겐 조금도
없습니다....

 

맛난저녁을 먹고남...
아마도 메뚜기는 발갛게 볶아진 모양으로 상위에 올려질것입니다.
발과 다리를 떼어내 말려야 메뚜기 반찬으로 거듭나기에 그럴것입니다..
쪼롱 쪼롱 달린 벼이삭도..
폴폴 날으는 메뚜기 잡이도 아부지 지게 타고 다니며 보았고
잡았습니다...
다 낡아버린 아부지 지게가 아직도 먼지 뽀얗게 뒤집어 쓴채 맘 깊숙한
곳에 작대기로 고인채로 서 있습니다..
가을하늘아래서 넘 그리움에 사무쳐 아부질 그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