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커다란 우박과 함께 비가 많이 쏟기웠다.
토요일 으슥한 밤에 시내로 들어가 오페라 하우스와 하바브릿지가 바로
보이는 소위 시드니 야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잠깐 들렸었다.
아주 간혹씩 시내 나오는 길이 있으면 들리는 곳이다.
낮에는 나무들의 푸르름속에 한가하게 떠 도는 배들과 요트들,
밤에는 다리를 가운데 두고 시내중심으로 높은 빌딩들이 숨막히지 않을
정도로 그리 길지 않게 줄지어 있고 긴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높은 빌딩들이 얼마간 줄지어 있을뿐 이곳 시드니 시내는 어찌보면 그리 넓지 않게 분포되어 있지만 그들에서 품어내는 불빛은 긴 철다리와 조개를 포게 놓은듯한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커다란 배가 운집되는 해군기지가 바로 가까이 있고 아주 큰 배가 다리
밑으로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수심이 상당히 깊은 이곳,
오래전에 향기롭게 퍼져있든 해초내음은 이제는 더 많은 배들의 기름냄새에 오염되어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바다냄새를 맡으며 무리진 하얀 갈매기가 오페라 하우스 주위를 깜싸고 있기도 하다.
씨꺼먼 바닷속에 낚시대를 들이되고 있는 저 사람들,
도데체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가?
고기에게 야참이라도 주려 나온것일까?
과연 야참을 먹을 고기가 아직도 있기나 하단말인가?
하늘과 바닷물이 함께 씨꺼먼 밤,
흐릿하게 흩어지는 다리 아래의 불빛에 추억을 낚으려함은 아닐까?
갑자기 거대한 소음과 함께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거리기 시작하더니만.
한밤 한낮이 지난 어제 오후에야 비가 쏟기우고 얼음덩어리가 두닥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퍼붓고 있었다. 기온도 푹떨어지고.
이곳은 아주 가까운 곳이라도 심하게 다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어떤 곳은 탁구공만한 우박이 내려 차들이 곰보딱지가 되는가 하면 바로
옆의 지역은 아무 감각도 없이 멀쩡하기도 하고.
꽃샘추위였을까. 한차례 요란하게 통증을 겪어면서 지난다.
하얀 새털구름을 함께한 파란 하늘이 얄미운 웃음을 띠고 능청을
부리고 있는 9월의 두번째 주일이 시작하는 날.
봄이 짧은 이곳, 어쩌면 곧바로 여름으로 치닫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부신 하늘을 바라본다.
한 계절이 진통을 겪으면서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그 위를 덮는 것처럼
우리네 삶에 끊임없이 닥아오고, 또 지나가며 그 위를 쉬임없이 들이 닥혀
덮고 또 덮는 숫한 사연 사연들이 우리를 뒤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아주
간혹 그 자리에 제자리 걸음으로 지나는 계절을 바라보며 잠깐의 휴식을 갖어봄도 좋지 않으랴.
혼자라서 더욱 호적하니 좋은. 향내 엷은 녹차를 곁들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