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때였다. 하나둘 취업을 나가고 나도 슬슬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미술을 전공했지만 정말 아무생각이 없었던거 같다. 취업이란 단어가 영 생소하게 다가와서 그랬을까... 주위 친구들이 한명 한명 나가고... 내게도 기회가 왔다. 교수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홍대의 어느 광고회사로 가게된 것이다. 그래도 면접인데 이쁘게 꽃단장(?) 하고 포트폴리오도 열심히 준비했다. 휴...떨리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어느 키 큰 청년이 "면접보러 오셨어요?" 하고 반기는 것이다. 속으로 '잘~생겼다~히히' 떨리는 맘을 진정시키고 ^^;; 조심스럽게 "네..." 하고 들어갔고 난 약 1시간 동안의 면접을 보았다. 그...런...데...그냥 단순 면접이 아닌 실기테스트를 한것이다. ㅠ.ㅠ 그 당시엔 정말 기초적인 작업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작업물을 받은 순간 당황했다.
'학교 친구들 몇몇도 왔다가 떨어졌다는데...아띠... 이런걸 왜해~~~' 속으로 외치며 땀도 삐질삐질 흘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그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직원들도 없고 아까 문 열어주던 그 총각이 마침 뒤에 앉아있고 해서 조용히 불렀다. " 저기요..." 손을 슬며시 들며 은근슬쩍 미소도 지어가며...^^ 그 총각 "네?" 아무 표정없이 대답만 하는것이다. "이거 어떻게 하는거에요...ㅠ.ㅠ" 아...쩍팔리다... 학교다닐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그런데 그 총각...그래도 나름대로 친절히 가르쳐주었다. 결국 허접한 작업물을 내 놓았지만다음날 연락이 왔다. 출근하라고~*^0^* 아싸~ 그 총각 이뻐해줘야지~ ㅋㅋㅋㅋ 그래서 그 총각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왠지 가까이 할 것 같은 느낌은 모지?
첫 직장이니만큼 열심히 배우며 잘 다녔지만 험난했다. 그래도 성격좋은 그 총각때문에 그나마 참을수 있었다... 어느 겨울 하루는 남자친구와 커피숍에 앉아있는데 그 총각이 긴 코트를 휘날리며 담배를 피우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올~꽤 멋진데?' 그 당시 난 3년남짓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남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왜 이러지...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남자친구와 자꾸 삐그덕거리게 되었다. 남자친구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 힘든 시기에 알게모르게 힘이 되주었던 그 총각...하루는 나하고 다른 직원 한명 해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다른 직원은 거의 손도 안대고 우리 둘이 연신 쨘~ 하며 마시게 된 술이 무려 6병...그런데 헤어질 때 "낼 봐요~~" 멀쩡히 둘이 헤어졌다. 신경이 쓰였던게야. ㅋㅋㅋ
그리고 며칠 뒤... 또 한번의 술 자리와 그 총각의 고백...헉...
"너 나 좋지? 나두 너 좋아!" 한번도 반말한적 없는데 그렇게 말하는것이다. 이런~
근데 왜지. 좋다. ㅠ.ㅠ 그래서 우린 사무실에서 조용히 다른 사람들도 모르게 만남을 가지게되었다. 그런데 주위 친구들이 많은 그 사람은... 항상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버렸고...
난 또다시 혼자가 되어 쓸쓸한 나날들을 보냈다... 못된넘...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게 정말 잘~ 하는 것이다. 그 계기가... 회사랑 집이랑 5분
밖에 안걸리고 해서 집에 점심 식사 초대를 했다. 된장 찌게도 끓이고 여러가지 반찬도
했다. 내가 먹어봐도 너무~ 맛있었다. ㅋㅋㅋ
그 사람 국물 한번 먹어보더니 뿅 갔다~~ "정말 맛있다."를 연발했다. 히히~
그 뒤로 우린 사이좋게 지냈고 회사에서도 몰래 연애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 후로 4년 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린 웨딩마치를 올렸다. 4년이란 시간 꽤 긴시간이다.
헤어지기로 맘 먹은게 몇번이고 싸운건 셀 수도 없고... 하지만 서로 무슨 인연인지 그리 오래 못갔다. 결국 우린 결혼했고 이제 7개월차 주부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면접볼때 날 뽑은건 그 사람이었다. 결정은 대표가 하겠지만 강력히 날 추천했단다. 후후 그러면서 하는말...
"면접볼때 의상 깼어. 망사스타킹이 모냐? -_-;; 쥐 잡아먹은 입술에..." 우띠...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젤 이쁜건 나란다. 호호호 '눈은 높아가지고...'
첫 만남에서 묘하게 감정이 끌리던 남자. 정해진 인연은 정말 따로 있는것일까?
모든것에 감사한다. 그 남자 내 곁에 있게 해준것에...
이제 우린 별따러 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