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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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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저녁


BY 27kaksi 2004-09-03

부지런을 떨어 대며,
괜스레 시장을 두번이나 갔다 왔더니....

지갑이 탈탈 비어서 은행에도 들르고, 난전 시장에서 과일이랑
야채를 사고 -그곳이 수퍼보다 싸기 때문에- ,
집에 갖다놓고, 유성 수퍼에 다시 가서 맥주랑 음료수 사고,
아직은 낮에는 더워서 땀을 흘리고 왔는데,...
그가 전화 했다.
"여보! 나 저녁 먹고 가! 많이 늦지는 않을 꺼야!"
맨날...칫....
아들과 딸도 약속이 있다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 하려던 나는,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며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중얼 중얼,, 궁시렁 궁시렁, 투덜 투덜....
반찬도 없는데 혼자 먹겠다고 만들기는 싫고...
늘상 가족을 위해서만 일을 하는 로보트 같은 사람이다 보니,
나를 위해서는 음식을 만든다는게 익숙하지 않다.
아니, 익숙하지 않은게 아니고 절대로 안한다.

혼자 라도 정성스런 식탁을 준비 하라는 말이 있던데...
이제 익숙해질때도 되었건만, 혼자 먹는 식탁은 싫기만 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하얀 식탁보를 깔고, 촛불도 켜고,
아! 식탁엔 내가 좋아하는 불타는 장미를 꽂으면 더 기분이
나겠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준비하고,
그리고 와인도 한잔 곁들이면 더 좋을 듯....
난 머리로만 그런 저녁 식탁을 꿈을 꾼다.

아름다운 독신을 동경 할 때가 있었다.
구속되지 않고, 경제력을 갖춘 당당한 여자!

그러나, 자리도 잡히기전인 20대에 사랑에 빠졌고,
꿈이나, 하던 일은 고스라니 묻어두고, 난 결혼하기
위해 태어 난 여자처럼 그것에 집착하며 매달렸다.

체홉의 '귀여운 여인' 같은 성격을 닮은 나는, 새장에 갖힌 새가
그안의 세계가 전부 이듯,
그속에서 동당 거리며 얼마 있으면 30년의 나이테가 생긴다.
남편은 머리가 성글게 빠진 중년으로 변해있고,
아이들은 어른으로 자랐다.

친구같던 큰애는 자기 둥지를 찾아 떠나고,
요즘은 막내 조차 어떤 아가씨에게 열중하고 있다.
예전의 나의 젊은 날이 기억이 나서 아이의 맹목적인 젊음이
아름다워 보인다.

멋지게 늙고 싶다던 멋쟁이 친구들은 지금 멋지게 늙고 있나?
서로 안보는게 젊음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 같은지 만나는게
줄었다.
안정되어 있지만 마음의 여유로움은 더 없어지는것 같다.

아름다운 중년!
그것을 위해서라도 이저녁, 혼자 먹는 식탁이지만,
라면물을 끓이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