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반올림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다 우리옆집 여자는 쌍둥이 엄마다 나보다는 서너 살 위인 언니뻘이지만 우린 그냥 친구처럼 그렇게 친하지도 또 그렇게 싫은 사이도 아니다 그 여자는 자신을 쌍둥이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것은 그 여자가 쌍둥이 낳아서라기보다 남자 넷 속에 이십 몇 년을 치여서 자신의 삶을 남자들 때문에 희생하며 살아왔다고 피해의식이 많은 탓이다. 첫아들을 낳고 그녀는 딸을 낳길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연년생으로 아들 쌍둥이를 낳았으니 그녀의 입장에서는 세쌍둥이를 키우는 것만큼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애들이 다 커서 군대를 가고 외지로 학교를 간다고 집을 떠나가면서 그녀는 해방감을 맛보았다고 할 정도 이었으니 그녀의 힘겨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한 아이도 쩔쩔매며 키우는데 세 아이를 동시에 키웠으니 그녀의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녀는 종종 나를 찾아와서 신나고 화끈한 일이 없을까 뭇곤 한다. 그러면 나는 있죠. 날 따라 올래요 하면 눈이 동그래지며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내 말을 듣고 나면 시시하게 치부해 버린다. 자신이 생각하는 신나는 세상살이와 나의 그것과는 본질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신나는 세상살이가 어떤 건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녀에 대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는 너무나 달라 그녀를 보면 딱하고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그런 것들이 당장은 자신의 외로움이나 허기진 자신의 정서에 단물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라도 그녀 곁에 어울리던 그 사람들이 함께 해 줄까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웃집에 살고 있지만 한동안 아니 몇 달간 그녀가 보이지 않아 매우 궁금해 하던 차에 얼마 전 모임에서 그녀를 만났다. 무슨 일 있었냐고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했더니 그 녀는 웃기만 할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녀의 표정이 옛날과 많이 달라져 있었고 인상도 훨씬 부드러워 져 있었다. 분명 뭔가는 달라진 점이 있는데 똑 부러지게 뭐가 달라진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어느 정도 모임의 용건이 끝나자 그 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예전 같으면 한두 시간은 더 수다를 떨며 있어야 하는데 그 녀가 가고나자 한사람이 참았던 말을 못해 미칠 것 같았다는 표정으로 제 빨리 말 한다 아무래도 공사를 한 것 같애?/ 무슨 공사?/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사람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뭐긴 뭐야 얼굴공사지/ 어머머 그래 맞어 분명 손 된 것 같애/ 어쩐지 이상하다고 느꼈어/ 눈가의 주름도 수술을 했고 코도 약간 세웠고/ 보톡스도 맞았나봐 얼굴이 탱탱하잖아/ 저마다 무슨 대단한 사건이라도 일어난 양 한마디씩 내뱉으며 얼마 들었을까/ 인상이 훨씬 부드러워 졌네. 그래서 한동안 두문불출 했구나/ 여자가 예쁘질려는 건 무죄야/ 아~나도 하고 싶어/ 죄다 한마디씩 주절거리고 나더니 분위기가 조용해지면서 약간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고치기만 하면 뭘 해 마음이 이쁘야지/ 요즘 신세대들은 예쁘기만 하면 다 용서가 된다잖아/ 뭐 우리가 신세대냐/ 내키지 않는 대화의 중간에 휩쓸리긴 했지만 난 그녀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녀는 많이 외로워했다 그녀 옆에는 특별히 그녀를 이해하고 믿어줄만한 절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을 평소에 그녀의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와 함께 봉사를 하거나 성당에 가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자고 권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개성이 특별한 그녀는 쉬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자주 술을 마셨고 밤늦게 돌아오자 그녀의 집에는 다툼이 잦았다. 그녀는 문제의 발단이 자신에게도 반의 책임이 있음에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듯 했다. 모든 것들이 결혼과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이 미래가 엉망으로 망가졌다고 여기는 듯했고 남자아이들만의 무덤덤한 환경에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서운함과 그런 아내를 겉돌게 버려두는 남편의 무관심에 그녀는 많이 우울해 했다. 좀더 세상의 다른 면을 보면 더 가치 있는 곳에 자신을 지탱해줄 보람 있는 일들이 많은데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뜻 모를 망상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고 엉뚱한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나 자신도 기본에 딱 맞춰 잘 살아간다고 할수 없기에 그녀의 삶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고 단정지을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라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을 극복하는 돌파구라면 그녀가 이해가 가기도 하고 안된마음도 앞선다. 청춘처럼 살려면 청춘처럼 생각을 바꾸고 행동도 깔끔하고 심플해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부단히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에 투자를 해야 청춘처럼 살아지는 게 아닐까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가 외로운 존재다 그 외로움을 달고 사는 사람과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일에 매달리는 사람과는 삶의 가치가 달라 질 것이다 내 삶의 가치 즉 한 단계 높이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