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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시부모님에게 떡케이크 선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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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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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


BY momojaang 2004-09-01

막내 시누이 결혼날을 잡아놓고 매일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동대문 시장을 내집처럼 문턱이 닳도록 다닌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불도 집에서 만들었다.
큰동서한테 전화를 했다.
'솜이랑 다 사왔는데 함께 좀 만들어요.'
'나 그런거 할줄 몰라.'
거절이었다.
바느질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반했다고 하던 시아즈버님의
말은 공갈이었나보다.
큰시누이한테 전화를 했다.
'내가 바느질 못하는건 너두 알잖니.'
사실은 나도 잘 할줄 몰랐다.
그래도 누가 함께 해주면 대충 할것 같았다.
시어머니 살아 계실 적에 둘째 시누이를 시집보낼때는
곁눈질로 익혀둔 것이 있었다.
시집가는 막내 시누이는 외아들의 외며느리로 간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명주솜 이불을 해오라고 하셨기 때문에
나는 무턱대고 명주솜을 주문해서 가지고 왔다.
난감했다.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너희 시누이 이불을 왜 내가 꾸미냐.'
그것도 그랬다.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이럴때만 좀 다녀 가시지...
 
전화가 왔다.
막내 시누이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학부형이 전화를 했다.
늦동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나이 많은 학부형이었다.
'뭐 도와 드릴 일은 없나 해서 전화했어요.'
잃어버린 큰딸이 시누이 닮았다고 시누이를 양딸 삼고 싶다고
말하던 학부형이었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사정설명을 했다.
결국은 그 학부형이 도와주어서 이불을 만들수가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큰 시누이가 왔다.
시아버님은 감기로 누워 계셨다.
아버님을 극진히 간호하며 큰 시누이는 내게 말했다.
'아버님께 좀 잘해. 감기란 영양부족에서 오는거야.
잡숫는 것이 부실한거 아냐?'
하루동안의 효녀가 큰소리를 한다.
'네가 에미보다 잘 할수 있단 말이지.'
시아버님은 딸에게 물으셨다.
'좀 잘 하라는 말이지요.'
시누이는 아버님의 말씀에 그렇게 답했다.
'그럼 내가 너희집에 가 있을랜다. 이번 기회에
딸이 며느리보다 얼마나 잘 하나 좀 봐야겠다.
에미도 지금 결혼준비로 정신이 없고 하니 잘 됐다.
어디 딸 효도 좀 받아볼까...'
아버님의 로맨스사건에 뒷처리를 해드린 효과가 이제
발동을 하는 모양이다.
'아버님 짐 싸드릴까요.'
나도 한수 거들었다.
 
시누이는 저녁도 안 먹고 달아났다.
시아버님이 딸에게 전화하시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들렸다.
'앞으로 에미한테 뭐라고 하는 애한테 내가 가서 얹혀 살테니까
모두들 입다물고 살도록 해.'
따봉!!!
아버님 따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