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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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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 낙지 소동


BY 박하사탕 2004-08-25

얼마전  지방으로  볼 일 이 있어서 갑자기 가게 되었다.

아는 사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가게 된것이다.

남편하고 또 친한 다른 일행들하고

얘기를 나누며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갈수 있었다.

 

병원으로가서 조의를 표하고 나니 저녁 먹을 때가 지나 있었다.

멀리까지 와서 육계장 한그릇 달랑 먹고 올라 갈수야 없지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 세발 낙지를 파는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은 그리 크지가 않고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허름한 집 이 원래 음식 솜씨가 좋은거야

다들 잔뜩 기대를 하고는 문 을 밀고 들어갔다.

우리가 늦게 가서 그런지 식당안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도 누가 와서 들여다

보지를 않았다. 별 희한한 식당 다 보겠네그려

이봐요!! 여기 주문 받아요!! 하고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한 아주머니가 어슬렁 거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근데 어째 아주머니가 이상스러웠다. 자세를 엉거주춤허니 서서는

우리를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뭘 드실라요? 하고 묻는다. 다들 뜨아한 표정으로 마주 보다가

주문을 했다. 여기 세발 낙지가

유명 하다고 해서 먹으러 왔으니 살아 있는 걸로 가져다 줘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한번 꼬면서 눈 에 힘 을 주더니

아자씨들 매운탕 드시요!  아주 좋은 눔으로다가 잘 해 드릴께....

어쩌구 저쩌구.....

!!!!!!????

아니  뭔 주문이 이래 손님이 갖다 달라고하면 그걸로 갖다주면

될것을 다른걸 먹으라니?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제대로 못 알아 들었나싶어 목청이 큰

사람이 반쯤 몸 을 일으켜서 소리를 냅다 질렀다.

아!! 세발낙지 먹으러 왔다니까요!!! 세발낙지!!!!

그래도 여전히 매운탕 드시요 해가며 동문 서답이다.

 

가만히 아주머니를 바라보니 술 을 마신게 분명했다.

혀 꼬부라진 말투하며

어깨를 흔들며 서 있는 폼 이 제법 마신 모양 이었다.

허참 무신 이런 일 이 다 있담 아니 식당 종업원이 술 이 취해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 듣다니 배 에서는 연신 꼬르륵대며 밥 달라고 아우성이고

아주머니는 혼자 기분이 좋아서 뭐라고 계속 중얼 중얼  거렸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일어나서 나오고 싶었지만 낯설은 지방이고

지리도 잘 모를뿐더러 또 소개를 해준 사람 입장도 있고 해서

주인장 이리 불러 주시오 하고 아주머니를 돌려 보낸후 한참이 지나서

몸집이 푸짐한 아주머니가 주인 이라며 오는데, 세상에 역시 술 이 적당히

취해 있는게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화도 못내고

무조건 세발 낙지 되냐고 물어보니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 딸 이라며 학생 하나가 나오더니

죄송 하다고 사과를 하더니 장사를 할려니 어쩔수가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손님들이 한잔 두잔 권 하는거 거절을 못하고 마시다보니

매일같이 밤 이 되면 저렇게 취해 있노라고 걱정을 했다.

 

우리는 눈 이 빠지게 기다리다 먹게된 세발 낙지가 맛 이 있는지도 모르고

먹으면서 외국도 아니고 우리 나라에서 말 이 안 통해서 답답해 보기는

처음 이라며 여기가 지방 이라 그래도 인심이 좋은가보다

주인은 그렇타치고 서빙하는 아주머니까지 술 이 취해 있다니 좀 심하다.

나름대로 이해와 해석들을 해가며 늦은 저녁을 먹고는 그 곳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