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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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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BY rosekim2 2004-08-25

내 작은 뜰에 있는 연분홍 분꽃은 아침 저녁

외출했다 돌아 오는 나의 마음 지킴이다

기분이 좋은 날엔 향기가득  내 맘을 차지하고

꽃밭에 머무르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 작은 꽃밭이 슬퍼 보인다

얼마 있으면 이별을 해야하는 꽃밭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이사를 와서 벌써 5년이란 세월을

누가 만질까 봄이 오면 제일먼저 꽃밭을 일구며

행복해 했었다

분꽃향기 가득한 작은 아파트

사람들이 오가며 꽃을 바라 볼 수 있는 추억을

심어주고 싶어서 늘 정성스런 마음으로 가꾸던 꽃밭

아무렇게 생각해도 꽃밭은 늘 그자리에서

우리의 삶을 사랑해 주고 지켜봐 준다

아무리 무거운 짐을 들고 올 때라도

잠시 꽃밭에 머물러 그곳에 있는 꽃들과

말을 건넨다

꽃밭에 대장 러시아컴프리는 점점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느라  짙푸른 녹색으로 힘을 과시한다

그 옆 그늘속에 웃자란 보라색빛 봉숭아는

힘도 못피고 키만 쭉 자랐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국화들은 있는 힘을 다해

서로 어깨동무하고 꽃밭 가장자리를 지킨다

한쪽켠에 가끔씩 나의 식탁을 행복하게 해주는

들깻잎 부추 미나리는 잎사귀가 커다란

피마자 잎에 가려  숨어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가진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해 할 수있는

작은 요람들은 아직 삶에 눈뜨지 못한 우리네

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