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집도 외삼촌집이고 아버진 원양어선 외국으로 나가시고 창문하나없는 마루엔 먼지만이 옥이 눈에 보이고 펌프녹슨거며 하수구 또랑은 풀과 썩은 흙 그리고 쓰레기들로 꽉차서 물이 그것들을 피해 내려가는듯 했으며 연탄불의 세멘 부뚜막은 시커먼 행주가 헤벌레 널려있고 뒤란의 똥개는 발자국 소리로만 낯설단 이유로 죽어라 짖어 친정집에 누가 왔다는걸 알리려는듯 보이지 않으니 더욱 짖어댄다
"누가 왔나 "
"엄마 나 왔어 ㅇ서방도 같이 왔어 "
반신불수인 친정엄마는 그 못쓰는발을 먼저 마루에 디디며 못 쓰는 팔을 흔들며 "머이 ?누가 왔다고?"
하며 나오신다
작은 얼굴에 큰 웃음이 번지고 절둑이며 걷는 발엔 어느새 신발이 벗겨져 있다
"저 왔어요 어머니 "
"아니 이게 웬 일인가? 어디 다쳣나? 아니 무슨일이야 가방까지 싸들고 ?"
친정 엄만 살집없어 커보이는눈이 더 둥그래 진다
옥이가 온것이 반가운게 아니라 소식없이 둘다 가방들고 그것도 사위가 목발을 짚고 서있어서 더 놀라고 의심이 가는 눈치다
평생 좋은 일없이 지내시는 엄마
무심한 아버지 반신불수인당신 가난한 집안 그래서 겨우 시집을 보낸 맏딸
먹지 못해 쓰러졋던 대학생 아들 공부도 못하지만 돈이 없어 고등학교 못보낸 옥이 동생 그리고 발랑까진 막내 동생 하루 세끼 보리쌀 섞인 밥이라도 배불이 먹으면 좋앗던 시절
그 시절을 절절이 몸으로 맞으시던 엄마
그엄마가 이젠 사위 모습에 다시 놀란다
"아니 어찌된거야 어여 들어오게 옥아 어지 된거냐 회사는 어떻하고 둘이 응? 먼 난리야 이게 아구 답답해 말좀 혀라 ㅇ 서방 여 앉게 이리로 아픈 사람은 뜨듯한데 앉아야 하는거야 이리 내려오게 봄이라 해도 아직 추운게야 이불 갖다줄까 응? 옥아 너도 거 앉아라 배는 갠찮치?"
엄만 여전 몸보다 입이 먼저 움직인다
"엄마 이 사람 회사서 조금 다처서 병가 휴가나와서 온거야 나두 애기 날달 이 됐잔아 그래서 같이 내려왔어 다른일은 없어 걱정마"
"그러니?그런건가 ㅇ 서방 그렇담 내가 맘을 놓지만 속이는건 없지?"
여전히 엄만 사위 모습에서 무슨 눈치를 챌수있으려나속속 빠짐이 없이 주시한다
"ㅎㅎㅎㅎ 맞아요 어머니 속이는거 없습니다 걱정마세요 며칠있다가전 올라가야죠"
"올라가다니 휴가라며 혼자 올라가서 밥을어떻게 해먹을려구 "
"ㅎㅎㅎ 며칠있다 가야죠 그래야 회사다니죠"
"그래 그럼 다행이구 "
엄마의 의심이 풀지자 그제서야 안심인듯"밥은 먹엇나?"
하고 묻는다
"엄마 내가 밥 할께 둘다 안먹엇어 "
"아니다 내가 하마 배 불러서어디 하겟니? 여기 있거라 자네도 조금만 참게"
절뚝거리며엄만 일어나 구멍이 숭숭 난 문풍지 바른 문을열고 나간다
"옥아 나가바 엄마가 나가시잔아 얼른 나가서 밥해 배 안고프니까 천천히 해 배 조심하고 알았지?"
"알았어 그러찮아도 나가려고 하고있어 "
옥이눈이 옆으로 또 째진다 귀엽게 웃으면서
"엄마 종근이 한텐 편지 와 ? 명숙이는 옥주는 엄마 명숙이는병원에 잘 다녀 ?옥주도 학교 잘다니지?"
"그래 걱정마라 잘 하고 있으니까 넌 그래 아픈건 갠찮니?입이 보니 많이 부었는데 말 하기 힘들면 하지마라 아플테니 밥은 먹을수 있는거야?으구~ 내가 무슨죄가 많아서 니가 이렇게 못 고치는 병에걸려서 나 한테 이렇게 고통을 주는건지 모르겟다 얼만큼 아프거나말거나 내 앞에서나 죽지마라 옛말에 붑모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더라 나 죽은뒤에 누가 죽거나말거나 죽은뒤에야 모르니 편하겟다만 니가 내 앞에 먼저 갈까바 그게 걱정이다 "
엄만 쌀을 남박에 박박 문지르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수가 없다
못 쓰는 팔이 그 눈물을 닦을수가 없으니...............
옥이도 부뚜막에 앉아 운다
"엄만 내가 왜 죽는다고 그래 안죽어 의사가 그러는데 지금 세계에서 이병갖고 의논도 하고 학술회도 하고 외국도 같다오고 그런데 그러니 아파도 희망을갖고 참고 살라고 그랫어 곧 좋아질거라고"
옥이도 엄마따라 운다
연탄불 불 구멍을 열으면서 운다 엄만 여전히 뿌~연 쌀뜻물을 덜으며 울고
"그래 알았다 ㅇ 서방 잘해주지? 니가 잘해라 영 착하니 사람도 생활력 강하고 너 없음 저 사람 폐인 된다 그러니 너 만 생각말고 못먹어도 밥을먹어야 너도 기운내고 저 사람도 산다 알았지?"
"응.... 알어 내 걱정마 엄마 쌀은 안떨어졋지? 연탄은 아직 많아?"
"니가 왜 그 걱정을 해 시집간 애가 그런 걱정 마라 니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니? 니 몸이나 신경쓰고 살아 여 걱정말구 니몸하나 편하게 사는것도 한걱정 덜어주는거다 "
엄마의 시름섞인 말에 아직도 쌀과 연탄 걱정이 있구나를 옥이는 생각한다
항상 생각나고 오고싶은 곳이지만 정작 와보면 여기저기 치울거리만 있구 걱정거리만 한가마니다
그래서 옥이는 어쩌다 와도 맘이 좋질 않다
엄마가 밥을 하는사이 옥인 앞 마당으로 뒤란으로 변소간 이며 개집이며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데로 치우고 닦고 버리고 다듬고 이른 4월의 추위도 이젠 옥이 이마에 땀으로 적셔져 내린다
"머 하느라 그래 안해도 된다 치우면 머 하니? 금방 그런걸 온다고 연락이라도 햇으면 너 힘들지 않게 미리 치우기라도 하는건데 힘들지? 여기 물이라도 먹고해라"
스뎅 대접에 금방 퍼올린 물이 가득 물결을 친다
장독대 옆 앵두나무 그늘에 앉아 옥이가 물을 마신다
그 옆에 비스듬히 엄마가 내려다 보고 웃는다
"그새 빨리도 치웠네 아주 깨끗해 보여서 좋구나"
빙그레 웃는엄마 얼굴에 옥이도 따라 웃는다
엄마와 딸위로 4월의 따스함이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