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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19

돈 잘 버는 아내


BY 27kaksi 2004-08-21

가을을 맞이 하기위해 친구를 만났다.
언제 그렇게 찜통 더위 였었나 모두들 잊어 버린듯,
주위는 벌써 가을을 준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을을 준비한다....
나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여름의 끝자락일까? 아니면
가을에 들어 선 것일까?
마음은 여름에 있고 몸과 환경은 가을인지도.....

친구와 둘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돌아 다니는 반경이 어항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꼴이지만....
왜냐면 우리의 행동 반경은 늘 비슷하기 때문이다.
차도 마시고 공갈 호떡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돈 못 버는 아내라고 남편이 한다는 말....
나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능력도 있는 아인데, 남편의 말은 꽤나
스트레스가 되는 모양이다.
난 말했다.
요즘 같이 어려울때는 특별히 여유가 많은 사람을 제외 하고는
부인이 돈 잘 벌면 싫어 하는 남편이 있겠느냐고....
단 그것을 조박사는 들어내어 말할 뿐이고, 우리 남편은 절대로
겉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내자신이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퍽 고민을 한적이
있었다. 난 웃읍게도 능력이 있다고 혼자 잘난척을 하며 살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난 이제에 밝지도 못했고,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우린 부자를 포기 했다. 우리라는 표현은 안 맞는것 같고
내 자신이 포기를 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부자를 동경하지 않는다. 그것은 특별히 남보다 똑똑하다
거나, 남보다 유난히 부지런 하다거나, 이제에 무지하게 밝다거나,
남보다 운이좋아서 유산을 많이 물려받을 수있는
부자 부모를 두었다거나 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그중에 한가지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바라기만 한다는것은
쓸데 없는 욕심 아닌가!
그렇다고 로또 같은 벼락운도 별로 믿지 않는다.
그러니, 평범하게 사는것을 만족해야 하는 이유이다.
좀 서글프지만 어쩌겠느냐 말이다.

네가 그렇게 고질이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물음
밑바닥에는 비난이 깔려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말이 지금도 귀에 쟁~ 하는 여운으로 남아 있는것은
그때 그말을 들을 때, 굉장히 슬펐었다.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그말을 듣는다는건, 상대는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것이고,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나의 슬픔은 적지 않았다.

언제부터 귀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나의 귀족의식이라는
것은 명품을 사고 고급 옷을 입고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내 의식에서 천박해지기는 싫다는 말이다.
사실 내 자신이 생각 해도 웃기긴 하다.

시장빌딩의 계단에 자동 커피를 들고 앉아서 허공을 향해 하는
나의 말들은, 옆에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친구가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천장으로 붕 떠오르다가 비누방울 터지듯
공중에서 사라지곤 했다.
조금은 공허 하게.....

나는 늘 그런 말들을 하곤한다.
어쩌면 능력 위주의 현실속에서 자기변명을 하다보니 더 자꾸
뭔가 있는데도, 안하는것처럼 포장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그 포장은 자꾸만 두꺼워 진다. 이젠 아마도 풀 수 조차 없을만큼
단단하고, 커지고 말았다.

친구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아이지만 어느 부분으로 나와 비슷한
데가 있어서 나를 참아 주는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견뎌 줄지 모르지만.....고마울 때가 많다.

그애와 난,
작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치졸한 졸부를 비웃으며, 머리는 텅 비어 사치에만 눈이 어두운
그 어떤 부류의 여자들에게,
돈을 잘 벌어서 남편에게 큰소리 치며 사는일부 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화살을 쏘아 대는 날이었다.

우리보다 어느 부분은 못하지만, 돈도 잘 벌고 재테크도 잘 하는
여자들을,
가슴 저 깊은 밑바닥에 쪼끔은 부러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