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제겐 서러움으로 시작했습니다.
어제 1년전 요양원에 들어간 오빠를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를 모시고 같이 다녀왔지요.
태어나면서부터 불구의 몸이었던 오빠.
그런오빠를 50년간 당신몸보다 더 어여삐 여기며 살으셨던 엄마.
요양원에 보내기까지 정말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현실이란 삶이 너무 힘들었던지 엄마는 서서히 망각의 세계로 빠지게되었고
그사이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누군가 오빠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저와 저의언니는 친정이라는 아픔을 가슴에 안으며
열심히 몸으로 이겨내려 했었지요.
매일매일을 친정에 매달려 살아야 했지요.
하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없이는 살수없는 오빠와
현실감이 전혀없는 엄마.
전날 해놓은 음식은 상에 그대로..
그위로 기어다니는 벌레들.
방에는 하룻밤새 어지럽혀진 오빠의 배설물들.
그옆에 누워만 계신 엄마.
쪄들어만 가는 냄새....
인내를 담보로 현실을 안아내기엔 저에겐 정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7개월을 보냈지요.
요양원.
별수없이 오빠를 요양원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남은 사람이 살겠기에.
우리나라의 복지제도...
없습니다.
오빠처럼 중증의 환자를 받아주는곳 그어디에도 없더군요.
정말 힘들게 간절하게 빌고 빌어 지금의 요양원에 보내게 되었지요.
그후로 1년.
엄마와는 1년만의 재회였습니다.
저는 그 사이 두번 다녀왔었지요.
6개월전 면회가서 보았던 오빠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앙상하게 뼈만 남아있고
도톰하게 살이 올라있던 다리에는 가느다란 막대기만 매달려있더군요.
잇몸은 주저앉아 그 예쁘던 치아는 흔적도 없어졌고...
차마 쳐다보기 힘들었습니다.
먼산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아야 했습니다.
하루종일 한마디도 떼지않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사시던 울엄마.
오빠를 보는순간 오빠의 이름을 부르시며 닫혀있던 입을 여시더군요.
모성이란 정말~~~.
50평생을 세상구경 못하고 오로지 엄마품에서만 살았던 오빠.
엄마를 보더니 아주아주 힘겹게 보고싶었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그렇게도 사랑하는 두사람인데
어쩔수 없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두사람의 운명.
애처로왔습니다.
가슴이 찢어질것처럼 아픈데
어떻게든 오빠를 도와주고 싶은데
저에겐 방법이 없었습니다.
준비해간 음식을 정신없이 오빠입에 털어넣어주었습니다.
앙상해진 얼굴이 안스러워 어그러진 이빨이 안타까워 계속 넣어주고 넣어주었습니다.
울오빠 천사랍니다.
세상을 겪어보지 않았던 그래서 가슴속에 엄마의 사랑만이 담겨져있는
여린 맘만 가진 천사랍니다.
돌아오는길.
오빠 담당분께 오빠는 워낙 식사하는 시간이 오래걸리니 힘드시더라도
식사 다 마칠때까지 먹여주세요 하고 부탁의 말을 전했지요.
근데 말이란게 전해지면 달라지나봐요.
병동 전체 담당 수녀님의 호출이 왔습니다.
내려가니 수녀님의 한말씀이 계시더군요.
어짜피 여기에 오빠를 보냈으면 그때부턴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신경이 쓰일거면 퇴소를 하시지요.... 라고..
내가 전한건 그게 아니었는데...
그냥 오빠에게 천천히 밥을 먹여달라는 부탁이었는데...
그래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안그럴께요 하고 물러나왔습니다.
얼마나 씁쓸하던지요.
그래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울오빠같은 사람을 받아주셨잖아요.
가족도 보지못하고 외면한 사람을 그분들이 맡아서 돌봐주시잖아요.
할말이 없지요.
.....
다시 병실로 돌아가 오빠에게 인사를 해야했는데..
도저히 오빠를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오빠를 놔두고 우리만 간다고 할 용기가...
계속 나도 데리고 가라. 나 여기 싫어. 니네집에 데리고 가주라... 라고 했던
오빠였기에 볼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가슴이 메어지더군요.
그래도 인사라도 하고올것을...
몸 좋아지면 데리러 올께 라고 희망이라도 안겨주고 올것을...
아마도 오빠는 어제 내내 방문만 쳐다봤을겁니다.
왜 안올까? 하면서..
어젠 돌아오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오빠를 제발 데려가 달라고.
그만큼 고통을 주셨으면 됐으니까 제발 오빠에게 더이상의 아픔을 주시지 말라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빠의 잔상이 내머릿속에서 떠나려면 또 얼마간을 울어야 할지...
힘이 드네요.
산다는건 ...
축복이겠지요.
하지만 산다는게 고통인 사람도 이세상 어딘가에는 있는건가봅니다.
울오빠처럼...
가을이 옵니다.
오빠가 있는 그곳은 가을이 더 먼저 와있더군요.
벌써 새벽엔 보일러를 가동하더군요.
추웠어요.
그곳에 울오빠가 있답니다.
착한 울오빠가 그곳에서 가족을 그리며 살고 있답니다.
오빠야!
힘내고 잘 견뎌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