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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황당했던 기억속으로


BY 선물 2004-08-12

철없는 아이들보다도 더 설레이는 마음으로 휴가받은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달력에 X표까지 쳐가며 기다려온 바로 그날이 되었습니다.
많은 차들이 몰릴거라는 뉴스를 들은터라 우리들은 한수위, 밤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다들 한수위인지...밤에 출발하는 인파들도 고속도로는 주차장처럼 꽉 막혀 있었고 심지어 휴게소로 진입하는 차들로 볼일도 못볼정도가 되었답니다.
무려 아홉시간이 넘도록 차안에서 있다보니 잠을 자도 찌푸뚱하고 팔다리,어깨,허리...안 아픈곳이 없을정도였습니다.
새벽이 어렴풋이 밝아올 무렵, 드디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동해바다에 다다랐습니다.
차창문으로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바닷내음은 고생했던 지난밤을 달려주기라도 하는듯이 신선하고 기분좋게 다가왔습니다.
고사리같은 아이들도 아빠를 도와주려 텐트의 부속품들을 날라다주고...드디어 초록색 근사한 집(텐트)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송글송글 구슬땀을 흘리며 야호!!!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러댔고 튜브등을 챙겨서 바닷가로 달려 갔습니다.
짠 바닷물도 실컷 먹어보고 등짝이 벌겋게 다라오를 정도로 신나게 놀고 난뒤 텐트로 돌아와보니...펄럭거리는 출입구의 텐트자락의 느낌이 왠지 좋지 않았습니다.
여자의 예감은 역시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온통 텐트안은 난장바닥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방속에 포겨놓은 아이들 옷가지며 화장품...이 널부러져 있었고 가방 제일밑에 넣어온 몇푼 안되는 뽀너스로 받은 휴가비를 달랑 도둑이 들고 가 버린게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그것뿐이면 말도 안합니다...
휴가오기전 큰맘먹고 백화점에서 구입한 명품 0000썬글라스까지 들고 갔지 뭡니까? 흐흐흐~~~
뜨거운 태양아래 바닷가에서 개시 한번 하지 못한 내 썬글라스....(정말 속상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물놀이는 커녕 누가 내 썬글라스 끼고 있나 휴가온 사람들 얼굴쳐다보느라 눈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저의 덜렁거리는 실수로 겨우 가까운 은행 인출기에서 최소의 비용을 가지고 아주 초라하고 궁색하게 휴가를 즐길수 밖에 없었습니다.
휴가오기 한달전부터 계획 하나는 아주 근사하고 폼나게 짜고 했건만...이런 복병이 숨어 있을줄 어디 꿈에라도 생각을 했겠습니까?...
우리 휴가비 들고 간 도둑놈들...어디 한여름 신나게 잘 놀았냐?...
내년에도 또다시 여름은 찾아오고 저희 가족은 바캉스를 떠나겠지요.

부디 내년에는 즐겁고 행복하고 기쁜추억이 가득한 여름날이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