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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4-08-07

훤한 새벽에 옥이도 신랑도 엄마도 죽을 맛이다

신랑은 한쪽으로 옥이를 보고 자느라 그리고 가끔씩 옥이를 옆에다 놓고 보지도못하고 자느라 힘들고 옥이는 엄마가 자기때문에 깰까바 옆으로 누워 움직이지 못하고 자느라 눈도 감지 못할정도로 힘들다

엄만 얼마나 힘 들엇을까 신혼 방에 올라온다 연락도 못하고 와서는 고깃국에 먹고 작은 방에 벽을 보고 누워서 바짝 오그리고 잠을 청하니 그 잠이 오죽하랴

누구하나 움직일라치면 절대로 숨도 못 쉬고 자는척 해야 했고 옥이는 뱃살이 뻣뻣해질 때까지 오줌을 참아야 했고 신랑도 숨을 고르게 쉬느라얼마나 힘들어 햇던지 ,,,,,

한밤이 정말 두밤이 된것 같다

새벽이 반갑고 엄마또한 밤새 참앗을 오줌마려움에 얼른 일어나 앉는다

"엄마 벌써 일낫어?"
"벌써라니 지난밤 잠이 안와서 혼낫다 야 이거 어디 자겟드나 방도 작고 ㅇ서방도 힘들엇겟네 나 때문에 "
'아닙니다 어머니 고단하실텐데 방이 작아서 죄송합니다 담엔요 더 큰데로 이사가서 편히 자고 가시게 할겁니다 너무 맘 아프게 생각지 마세요 저 잘할게요 어머니"

셋이 아침인사에 지난밤이 새롭다

옥이는 지난 저녁 반찬 아낀것에다 두부를 더 넣고 지지고 곤로에 밥하고 몰래 건져 먹엇던 고깃국에 무를 좀 더 넣고 다시 끓여서 간을 본다

신랑이 세수를 하고 옥이를 툭친다

"왜?"

"이리 나와바"
"왜요?"

"이거 잇잔아 어제 빌려서 고기사고 두부사고 남은돈인데 어머니 오늘 가신다며? 차비드려 이거면 충분할거야 알았지? 가실때 울지말고 어머니 맘 아프게 알았지 이번주 우리가 내려가면 또 엄마 볼수 있으니까 울지마 응?"

"응 알았어요 그리고 고마워 엄마한테 잘 해줘서"
"잘하긴 담엔 니 맘 안아프게 해줄께 내가 미안하다 그리고 어서들어가자 엄마가 이상하게 보겟다응?"
옥이는 치마속 주머니에 돈을 챙겨 넣고 들어간다

전날 밥상에 똑같은 반찬에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 셋이서 앉앗다

"국이 달아서 어제보다 맛있다 근데 고기가 나한테만 잇는거냐 ?"

"아구 그럴리가요 뜨다보니 그렇게 댓겟죠 그리구요 전 고기보다 국물이 시원하고 좋네요 어머니 아침에 일찍 가시지 마시고 노시다 점심 드시고 가세요 천천히 노시다 네?"

"ㅎㅎㅎ 알았네 하지만 나두 가바야지 어제 가야 햇엇는데 내가 그만 눈치없이 미안하이 어여 먹에 늦겟네"
옥이는 김치만 얹어서 어적 어적 먹는다

엄마 국이 먹고싶지만 어릴적도 참앗는데 싶어 다시 한번 참는다

이제 옥이도 어른이니 더 참아야 한다

어제 몰래 건져 먹은 고기가 다시 생각난다

먹고싶다

신랑이 출근하고 엄만 옥이가 배웅간사이 한손으로 상을 들고 나와 설겆이를 한다

"엄마 머해? 놔둬 내가 해도 되 얼마나 된다구 설겆이를 해 ?"

"아니다 해놓고 세수하고 나두 가련다"
"이렇게 일찍 점심 먹고 가래잔아 ㅇ 서방이"
"점심이나 아침이나 한끼 먹고 가면 되지 이래 비켜라 얼른 하고 세수하게 "
옥이는 엄마의 부지런함에 불폄하다

속으로 생각한다

간밤에 얼마나 불편햇을까 분명 잠 한숨 못자고 움직이지 않고 잇엇으니 그게 고문 이엇을거다 이렇게

엄만 갖고온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옷을갈아입고 나선다

"엄마 ~좀잇다가 응?"

"얜 왜 이래 담에 또 오마 밥 잘먹고 서방 잘 위하고 알았지 ?"

"엄마"
옥이가 갑자기 운다

"울지마라 누가 죽엇니 또 올걸 이제 길을 알았으니 아프지 마라 "
엄만 한 손으로 옥이를 만진다

"이궁 시집오기전에는 그렇게 고생하고 그러더니 와 보니 두식구에 서방이 위해줘서 보기 좋더라 난 이 에민 생전에 니 애비가 그러지 안해서 이날 이때것 고생이지만 너라도 잘 살아야지 "
엄마도 쪼삣하게 마른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엄마 ~  옥이야~"

둘은 방안에서 안고 운다

한손으로 옥이를 품안에 꼭 안아본게 첨일것이다

옥이도 엄마가 옥이를 울면서 안아준게 첨인것을 느껴 더 서럽다

"엄마 그리고 이거 이서방이 엄마 갈때 주라고 아침에 주고 갓어 차비라고

얼마 안되지만 담에 더 준다고 말도 전하래 받어"
"아니다 나두 있다 너나 써라 그돈으로 ㅇ 서방 고깃국이나 더 해줘라  잘먹더라"
"엄마 받어 첨으로 사위가 주는거니까 응?"

"자 엄마 "

"엄만 아무소리 안한다

옥이가 엄마 주머니에 넣어준다

그리고 둘이 나선다

어제 들고 오셧던 보따리는 없고 보재기만 손에 쥔채 절뚝절뚝 걸어 나간다 그뒤를 옥이도 따라간다

대문을 지나 가게를 지나 옥이가 따라간다

"엄마 가는길 알지 ? 내가 택시 잡을 테니까 가리봉 전철에 내려달래서 거기서 전철타고 청량리에 내려서 춘천가는거 타면 알지 엄마?"
"그래 안다 몇번이나 말을하리 안다고 "
바람도 부드럽다 나뭇잎들이 흔들거리고 엄마 못 쓰는 팔도 흔들거리며 멀어진다

옥이는 한참이나 서서 울며 엄마 뒷 모습을 바라본다

자꾸만 작아지면서 점점 흐려지는 엄마

그래도 엄만 자꾸 뒤돌아보며 한 손으로  휘젓는다

어여 들어가라는 손짓이다

옥이고 흔든다 어여 가라고

멀리서 택시를 타고 이내 사라져 버린 엄마

옥이는 뒤돌아 오는 모습에 힘이 없다 눈이 벌겋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천천히 아까 그 길을 되돌아 온다

혼자서..................

자꾸만 엄마가 불쌍하다

돈이 없어 파마도 못하고 가져온것이 깻잎절인걸 하루종일 만들어서 딸주려고 갖고온 엄마 .

돈 나가는건 없는 반찬이지만 얼마나 딸이 보고싶었으면 그거라도 해갖고 올라올핑계를 해서 왓다 갈까 하는생각에 옥이는 가슴이 적셔진다

들어온 방안이 이렇게 커보이다니 휭~하니 뚫린 가슴처럼 방 안도 휭 ~하다

옥이는 작은 엄마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눈물이 흐른다

얼마쯤 가고있을까 잘 가고나 있을까 따라갈걸 그랫나 그러면 좋은데 돌아올 차비가 없어서 엄마 혼자 보낸게 못내 아쉽다

오늘 하루 옥이의 생활이 길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