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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불만


BY 그린미 2004-08-07

부부간에 살 맞대고 살면서 나름대로의 불만은 많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냥 지나치기 껄그러운것 까지......
그러나,지혜롭게 넘길수 있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내 남편의 불만은 아주 사소한것 같지만 너무 오랫동안 굳어 왔기 때문에
지금와서 해제 시켜주기엔 늦어버린게 있다.

 남편과 딸아이에게 주지시킨 'Skinship'이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난 강하게 父女의 접근을 막았다.

 즉, 껴안고 얼굴 부비는것 또는 어루만지는것 모두를 금기 시켰다.
난 충분히 설명했고 그당시는 남편도 인정하고 내 뜻을 따라주었고
딸아이 역시 엄마의 명이라고 생각하고 별 불만없이 지냈다.

 내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온것은 언젠가 읽은적이 있는 프랑스 심리학자-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버지가 딸을 껴안는것은 딸과 여자를 동시에 껴안는 것이다'라는 충격적인 글을 보고 실천에 옮긴것 뿐이다.

 언젠가 TV에서 생중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에 참석한 한 아버지가 열살된 딸아이를 목욕 시켜주었다고 자랑삼아 떠벌리다가 초대된 교육계 페널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기억이 났다.
한마디로 무식한 아버지라고 노골적인 표현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강성을 띄운게 어쩌면 너무 일찍 부녀간의 틈을 벌인게 아닌가하고 스스로에게 다잡아 물어 보았지만 다시 되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잣대가 이리저리 기우는것도 마뜩 찮았고.....

 시간이 흐르고 딸아이가 객지 생활을 하면서부터 남편의 불만은 불거져 나왔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아이를 남편은 그립고 보고팠던 맘을 그대로 온몸으로 드러내고 싶었는데
딸아이는 그냥 까닥 고개만 기우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이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볼에 뽀뽀도 해 주고 싶었을건데 그게 허용이 안된것이다.
그냥 어깨를 다둑여 준걸로 아빠의 기분을 풀수밖에 없었던게 다 내 탓이라는거다.

 남편의 심중을 모르는게 아니지만 이렇게 밖에 할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내 틀안에 묶어둔것같이 보여 졌을지는 몰라도
특히 딸아이를 키우면서 내내 가슴 졸이는게 바로 몸가짐 교육이라는거다.

 누구에게나 함부로 몸부딪히는게 딸아이에게는 바람직 하지 못하다는게 내 교육 방식이다.
그 대상이 비록 아버지나 남매간이라도 허용치를 안 벗어나는  범위지만 미리 쐐기를 박아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父女간에 간격이 생긴건 절대로 아닌데 남편은 자꾸 뭔가를 놓친 기분이라고 한다
이젠 훌쩍 성장한 딸아이에게 아버지로서 다가갈수 있는 명분은 점점 줄어드는게 내내 서운한 모양이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아버지 빼놓고 모두 도둑놈이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친딸도 성폭행하는 천륜, 인륜이 무너지는 작태가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내 교육 방식이 이 사건들과 맥을 통하자는건 아니지만 어려서 부터 몸에 배인 자기관리에
조금의 허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는게 내 방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는 아무리 더운날에도 결코 민소매 입고 다닌적이 없다.
살이 드러나는 것 부터가 딸아이에겐 몸가짐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좀 심한것 같아서 옷만은 자유롭게 입어라고 했지만 고개를 흔든다.
"엄마부터 민소매 입으시면 저도 입을께요........."

 온 식구가 모이면 우선 옷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네식구는 모두 속옷차림으로 있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속살 다 드러내는 무례함은 범할수 없는게 가족간의 예라고 생각한다.

 서로서로 눈치를 봐야 했다.
난 아들의 눈치를......
남편은 딸의 눈치를......
그리고 딸은 동생과 아빠의 눈치를 봐야 했고
아들은 누나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잠시의 불편함이 비록 행동반경에 브레이크를 걸지는 몰라도
그게 자기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가정안의 룰이라고 생각한다면 능히 감당할수 있지 않을까 한다.

 때론 남편이 한마디씩 툭 던진다.
"자네도 아들녀석 함부로 껴안지 말게"

 아들 딸 모두를 껴안을수 있는 나의 무한한 빽에 샘이 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