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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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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도 없이...정처없는길...


BY 아침이슬 2004-07-23

2004년 07월 22일 10:53:12

 

 

가는대로 정처없이

긴그림자를 그리며 내린햇빛이 포플러 나무위에 스르르 앉았다.
깍깍깍.....
귓속이 울리도록 꽉차오는 까치울음소리가 청량한 햇살속에 퍼지고 달빛아래 투명하게 얼굴이라도 비추일것처럼 맑고  곱던 달맞이가 이슬을 삼키며 입을 오므린다.

대장하나에 졸병넷이서 무작정 발이 되어 하루종일 걸어줄 십년지기 까만 코란도에 몸을 실었다.
요란한 소리는 아스팔트위를 미끄러지고 한들한들 부는 바람이 차창속으로 파고들어 얼굴휘감는 머리카락을 마구 날린다.

가고 있었다. 그냥 마냥가고 있었다.
낯익은 풍경들이 속속눈으로 들어오고,빠르게 휙휙지나간다.
두르륵 의자밑으로 한번...드르륵 앞으로 한번 굴러다니는 둥근 박 한뎅이가 시어머니 손에 가기도 전 멍이 다들게 생겼다.

별빛닮아 무지 고운 도라지가 짙은 숲속에서 송이송이 보라꽃을 피웠고..
대롱대롱 마디마디에 매달린 진다홍의 향기 그윽한 칡꽃이 쏴한 향긋함으로 콧속을 헤집는다.
눈이 껌뻑이게 줄줄이 엮어져 들어오는 솔향에.이끼냄새에,낙엽썩어가는 흙내음에 이토록 가슴이 설레일줄이야....

순간순간 내마음 자락자락을 훑어 한소끔,한소끔씩 똑똑떼어 칡꽃에도 흘려 놓았고, 도라지 꽃에도 뭉텅 얹어 두었고.
솔향에도, 이끼에도, 또 한뭉탱이 살며시 비벼두었다...

멀리 보이는 말 두귀가 마이산 앞에 와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노래라도 부름 산꼭대기에 털썩 떨어질것 같은 착각에 빠져 한참을 보고 또 보았다.

 

 

 

뚱보 큰집 조카하나가 달려 졸병셋이서 놀이동산 놀이 동산하며 보챈다.
한겨울 넘 미끄러워 오르지 못한 말귀는 멀리서 보기만 하고 아쉽게 발을 돌렸다...
바이킹에 매달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가관이고,쨍한 햇빛이 빤질빤질 낯에 머무르다 반사되어 거울처럼 빛을 낸다.

굽이 굽이 벼논들이 지나갔고, 송송가시박힌 밤나무가 지나가구...
강태공이 낚싯줄 들여놓은 작은 연못이 지나갔고, 황톳빛 누른 흙위에 쭉쭉 줄기 뻗은 고구마 밭이 지나갔다.

난 간짜장..
나두..나두..
우린 짬뽕하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길가에 버티고 선 작은 중국집에 자릴 잡았다.
지지리 맛이 없네...히히..
지지리 깔끔치도 못하네....히히
다신 안올거야.....

어딘지 모르면서 어림어림으로 달렸다.
큰길만 골라서,
앞만 보면서.....
작은 휴게소 간판이 보이고 이글이글 타는 햇빛아래 모락모락 김내며
귀퉁이를 차지한 옥수수솥에서 뜨거운 옥수수로 하모니카 부는 흉내를 내며

앞을 보니..이곳이 나제통문...이었다..
품안에 쏘옥 안길것 같이 작으마한 그 앞에서니..
호패검사하며 줄을지어 걸어나오는 옛사람들의 그림이 머릿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렁출렁 사람들 무리속에 나두 등밀려 나오는 느낌으로 한참을 사극의 한 장면에 빠져 있었다..

 

 

 

 

작은 정자옆 커다란 은행나무엔 구슬만한 파란 은행이 쪼롱쪼롱 달려있고.
나제 통문 작은 다리밑엔 금방이라도 더위를 다 삼켜버릴듯이
하얗게 부서지는 물이 눈을 꼼짝 못하게 붙든다.
저곳에 발담그고 작은 돌위에 풀썩 주저 앉아 있고 싶어라...

바람처럼 연기처럼 달리기만 했던 하루가 내집 마당에 까만 옷을 입고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