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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으로 낳은 아이


BY 루 2004-07-23

 10년만의 무더위라나.아이들과 너무 더워 대형마트에 놀러갔다.8개월된 작은 아인 업고, 이제 32개월 되어가는 큰아인 실내 놀이터에 데리고갔다."엄마 머리좀 자르고 올께.울지 말고 잘 놀고 있어.응?"- "네." "금방 올께."- "네" 엄마를 안심시키려는건지 빨리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큰 아이가 야무지게 대답도 잘한다. 한 시간정도 지났다보다. 엄마가 안보이면 찾고 울던 녀석이 몰래 들여다보았더니 아이들과 어울려 잘도 놀고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망고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탁자에 마주앉아 있으려니 맛있게도 먹으면서 계속 수다를 떤다. 재미있게 놀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그만인가보다. 단순한 녀석... 언제 이 만큼컸나.

 

 2000년 9월 33살의 늦은 나이로 결혼을 했다. 사실 미혼때 자궁에 물혹이 생겨 수술도 하고 고생을 해서 결혼할때 많은 걱정을 했었다.그래서 임신하기 어려울까봐 미리 검사도 할겸 다니던 병원에 찾아갔는데,나팔관 사진을 찍어 보잔다.검사도 힘들었지만, 결과를 알던 날 남편 손잡고 펑펑 울었다. 나팔관이 막혀 임신하기 어렵겠다고..

 

 꿈을 꾸었다. 아주 크고 깊게 굽이치는 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나 커다란 뱀 한마리가 물속에서 튀어나와 깜짝놀라 깨었다. 그리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때가 되어도 소식이 없어 집에서 혹시나 임신테스트를 했는데...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란다. 너무 많이 속썩이던 자궁이라 의사가 기적이라고 했다.

 

 그렇게 큰 아이를 가졌다. 기쁨도 크고 설레임도 크고, 아인 잘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던가 아이가 힘들게 할때마다 짜증도 많이 내고, 야단도 많이 치고.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나보다 했었다.

 

 큰 딸 덕분(?)에 둘째 임신이 되었다. 기대하지도 못했는데...일찍 동생본 큰 아이가 엄청난 떼를 썼었다. 매일 엄마 아빠한테 야단맞고 특히 엄마한텐 매도 많이 맞았다. 동생에게 빼앗긴 관심을 되찾아보려고 기를 썼다.계속되는 악순환에 부부싸움도 늘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생각도 들고.

 

 몇 달전부터 딸아이가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벌써 "엄마, 표정이 왜 그래?"하고 묻는다. 야단을 치려하면 "엄마, 안그럴께요.""엄마, 아기랑 잘 놀께요.""엄마,사랑해.하늘만큼 땅만큼"...하고 먼저 선수를 친다. 이제 조금 대화(?)도 되고 큰 아이 재롱에 즐겁기도 하니까 이래서 자식낳아 키우나보다 한다.

 

 새벽에 엄마를 찾으며 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이 몸이 뜨겁다. 덥다고 입맛없어하는 아이에게 너무 소홀했나보다. 작은 아이 챙기느라 대충 먹이고 더워서 너무 차게 해주었었나.

 

 맛있는 죽이라도 쑤어주었야겠다는 생각에 쌀을 씻어 불려본다.

 

너무 예쁜 아이, 태명을 '보물'이라 지었었는데. 엄마아빠 보물1호. 우리 지선이.

 

 너무나 평범할 수 있는 일에 행복이 있는 것 같다. 남들 잘 낳는 아이, 누구나 키우는 아이.그저 평범한, 별거 아닌 일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고, 전부가 되기도 한다. 난 그냥 그런 엄마다. 더 특별하지도 않고, 더 잘하지도 않는. 하지만 아이는 내게 특별하다. 엄마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기도하고, 엄마 기분에 눈치를 보기도 한다.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데도 말이다.

 

 아이의 모습을 담아둘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기억속에 두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자라면서 더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아이가 주는  작은 기쁨, 작은 행복들을 잊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라도 임신때문에 힘든 님들이 계시다면 얘기하고 싶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부부가 천번의 옷깃을 스친 인연으로 만났다면 아이와의 만남은 몇번의 스침으로 만나지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