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송충이를 본 적이 있었던가?
요상한 컬러의 송충이가 스멀스멀 손등을 오르는 촉감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놈이?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은 그 남자의 손이 내 손위에서 바삐 움직이
고 있었다.
손톱으로 내 허벅지를 꾹 누르니 통증이 있다.
꿈이길 바랬는데 꿈은 아닌 갑다.
그 새 보라색은 내게 공포의 색이 되어 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낀 남자가 일어 났니? 하며 웃는다.
그의 느물거리는 웃음의 속내를 왜 모르겠는가?
니가 뛰어 봤자 벼룩이지 하는 의미를.
강릉에서 영주까지오면서 나의 1라운드 방어전은 성공이었는데..
M시로 가지 않고 부산까지 따라 오는 그는 2차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방어전 또한 꼭 성공을 해야 하리라.
잡힌 고기 내가 여기서 놓칠리 있니? 하는 찰 거머리 같은 그 남자
2라운드에서도 수법은 똑같다.
전술에 변화를 가져 보자.
나의 요새인 화장실로 피신 해 전술을 짰다.
1라운드의 컨셉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버리로 상대가 방심할때
虛(허)를 찌르는 작전이었다면....
2라운드는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 하는 방법을 짜야 할 것 같다.
1라운드의 경험이 있는데다 어리버리는 이제 통하지 않을거구
무엇보다 새벽이 오고 있는 시간의 잇점을 살려 보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나와 기차안을 빙 둘러 보니 대부분의 승객들은 자고
있었다.
그 남자도 고개를 한쪽으로 붙인 체 자고 있다.
그 때 날 구해줄 것 같은 구세주가 한 눈에 들어 왔다.
화장실 바로 앞 문간에 두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사십대 중반 쯤으로
보여지는 단단한 체구를 가진 남자들이다.
목적지가 부산인데다 그 중 한분이 태권도장을 운영하신다고 하며
무엇보다 나의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
다 하신다.
잠에서 깨어 난 그 남자 쫒아와 그 여자 내 여자니 내 놓으라며 으름짱
을 놓았다.
난 그 남자에 의해 가출한 비행 청소년이 되었고 그 남자의 돈을 훔친
아이가 되었다.
두 분은 함께 경찰서에 가 조사를 받자며 모두의 동행을 요구했고 부산
본역까지 따라 온 남자 닭쫓던 개 하늘 쳐다 보는 격이 되어 떨어져
나갔다.
두 분의 도움으로 난 무사히 외삼촌댁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걸음을 하여 간 삼촌댁
엄마의 동생인 삼촌은 대학시절 매형인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서울에서 모 신문사를 퇴직하면서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 아버지는
삼촌한테 서울에 두고 온 집 두 채를 관리 하도록 했는데 두 채 모두를 빚에
날렸던 적이 있어 늘 삼촌은 매형한테 미안해서 조카 아이 한 명은 제 손으로 거두
겠다고 입 버릇 처럼 말했었다.
전 날 저녁 등록금 잃어버린 얘기며 도움을 달라고 전화를 드렸더니 내려
오라 했던 삼촌의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
일, 이년도 아니고 집안 사정 어렵게 됐으니 직업 전선에 뛰어들라 설득
하여 취직을 시키려 불렀던 것이다.
힘이 쭈욱 빠지며 하늘이 노랬다.
그러나 절망을 하고 있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
등록 마감은 마침 토요일이라 시간은 촉박했고 난 이른 새벽 시집간 언니
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나 좀 살려주라
나의 울부짖음에 놀란 언니는 해결을 해 줄테니 얼른 서울로 올라 오라 했다.
밤새 기차에,사람에 시달려 꽤재재한 몰골로 나는 다시 이른 아침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4편은 '인연' 편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