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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감자를 먹으면서~


BY 리 본 2004-07-10

2004년 07월 10일 01: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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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수퍼마켓이 대대적으로 개보수 공사를 하더니만 그럴듯한 대형마트로 탈바꿈했다. 과일과 야채등을 시장과 다름없이 싸게 판다. 시장에 발품 팔고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소쿠리로 무더기를 쳐놓고 손님을 유인하는데 싸게 파는걸 행여 놓칠세라 오가다 눈에 띄면 발걸음이 멈춘다. 엊그제도 자잘한 감자 작은소쿠리로 한소쿠리를 2,000주고 샀다. 흙을 박박 문대 닦고 껍질도 까지 않고 압력솥에 소금을 좀 뿌리고 쪘다. 추가 열나게 흔들리고 난 후 불을 끄고 김이 빠질때 까지 기다렸다가 뚜껑이 자연 스럽게 열릴때 감자를 꺼내어 뜨거운걸 호호 불며 젓가락에 끼어서 소금을 꾹꾹 찍어 먹었다. 감자를 먹으면 왜 그렇게 외할머니 생각이 나는걸까? 이북인 강원도 통천 태생이셨던 할머니는 감자와 조밥을 꽤 좋아 하셨다. 어릴때 철도관사 살땐 마당 한켠에 가마솥을 걸어두고 밥을 했는데 할머니는 감자 두서너알을 놋수저로 껍질을 베껴 밥위에 둬서 쪄 주셨다. 막내인 내게만 특별히 골라 주셨는데 밥에 넣고 북북 으깨 물을 말아 먹거나 감자 으깬것에 고추장과 김치를 넣고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였다. 할머니 손맛에 길들여진 나는 감자반찬이나 감자를 많이 넣은 수제비등을 엄청 좋아했다. 지금도 감자를 먹으면 외할머니의 푸근한 품속이 생각난다. 어머니를 일찍 여윈 나는 외할머니품속에서 유년을 보냈다. 감자는 외할머니다. 외할머니는 감자다. 감자는 사랑이다. 오늘도 감자를 한소쿠리사서 반정도 쪄서 먹었다. 아이들은 흙냄새 난다고 찐감자가 뭔 맛이냐고 안먹는다고 했다. "니들이 감자맛을 알기나한겨? 감자에는 말할수 없는 깊은 사랑이 있단것을.... " 부풀은 마음으로 찐감자를 외면하는 아이들에게 말할수 없는 서운함을 느끼면서 녹신하게 잘익어 껍질이 갈라진 껍데기를 한거풀 한거풀 베끼면서 엄마의 외할머니의 내리사랑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의 엄마는 무남독녀이셨단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도 독신이셨지... 그런고로 엄마의 외갓집은 가문이 문을 닫았단다... 엄마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그딸의 혈육인 엄마는 외할머니손에서 자랐더란다. 불면 날라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금이야 옥이야하면서 외할머니의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자란 막내가 엄마란다.." 지금 지명의 나이가 되어 이젠 까마득히 잊어버릴수도 있으련만... 해마다 여름이 되어 감자가 흔해지는 계절이되면 나는 불현듯 내겐 엄마와 다름 없었던 외할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때문에 목이 메어 온다. . . . . . . 할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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