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은 주부클럽 볼링 모임이 있다.
선수생활이 목표인 사람은 없고
그냥 재미삼아 볼링이라고 하면 딱 맞겠다.
오늘 그 게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파마를 한 지
대충 세어도 석달 열흘은 더 지났음직한 머리에 손이 자꾸 간다.
어떻게 정리를 좀 하긴 해야겠는데
이 여름 지나고 가을에 우아(?)하게 웨이브를 넣어볼까..궁리 중이었던 터에
마침 이 말을 듣기라도 한듯이
눌러쓴 모자에 장갑낀 손으로 전단지를 하나 건네주는 아주머니.
파마..더하기 없이 15000원이라는 소개지였다.
동네 미장원도 25000원던데 시내에서 15000원이면
싼거여.잘 하는거여.잘 하는것일거여.
동행하던 아우랑 둘이 미장원을 향했다.
뭘 더해서 비싸면 우리 하지말자는둥
정말 15000원일까 의심을 해보면서
두 아줌마 당당히 미용실 문을 열고 입장했다.
싹싹한 언니들이 자리를 안내하고 머리를 만져보며
어떤스타일을 원하냐고 묻는다.
스타일도 문제지만 가격도 궁금하다.
정말 15000원이란다.거기에 뭘 더하면 얼마 또 얼마..
뒷소리는 듣지도 않고 기본에다
한번 해보고 싶었던 웨이브 파마를 주문했다.
잡지책을 한 권 독파하고 나니 뭐 대충 파마가 끝났다.
머리 감고 헹구고 드라이로 말리고
거울에 비친 여자는 구불거리는 가발을 덮어쓴 낯선여자다.
[흐머~이거 완전히 아줌마 스타일이잖어.]
손질하던 언니가 웃는다.
'어머 아줌마 아니세요?'하는 눈치다.
지금은 어색해서 그렇지 몇일 지나 자리 잡히면
한결 부드러워 보일거라고 위로를 한다.
뭐든지 익숙해지기까지는 어색함을 감수해야 된다.
다행이 오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다.
봤어도 내 머리스타일에 관심 가질 사람이 몇 있을까만서두...ㅎㅎ
오늘 저녁에 남편 들어 오면 연신 물어볼 것이다.
[너무 아줌마 스타일 아니여?]
그럼 무뚝뚝한 남자 그러겠지.
[당신이 아줌마지 아가씨여?]
츠암..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잖어.
그래도 이뿌다던가.어울린다던가.
그런 말 좀 해주면 입에 무좀 생기나?
딸들한테도 물어봐야지.
혹시 듣고 싶은 말을 해줄란지..
아침에 입고 나온 딸래미 셔츠가
오늘 모임에서 힛트를 친, 아직은 젊어보이고 싶은
마흔여섯의 평범하지만 가끔 엉뚱한 욕심을 가져보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