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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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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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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BY 박꽃 2004-07-07

    꽤 오랜만에 이벤트 당첨이 되었네요.(시사회 응모는 제 취미입니당.) 이번엔 예매권이 왔는데 인터넷으로 오늘 4시에 상영하는걸로 예매를 해놓고 여유있게 도착해서 친구랑 커피도 한잔하고 입장을 했습니다. 첫장면은 아버지가 빚보증 서준 사람의 상갓집에서 아버지를 원망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억척스런 목욕관리사(때밀이) 엄마(고두심)의 모습에 우체국 직원인 딸 나영(전도연)은 늘 자신은 엄마랑 닮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뉴질랜드 연수 계획에 한참 부풀어 있습니다. 늘 사람 좋은 무능한 아버지(탈렌튼데 이름은 잘 모름)에게 연민은 있으면서도 아버지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힘든 가정생활에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진 정말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한 외식자리에서 이제 일을 그만하겠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그런 아버지에게 엄마는 원망만을 가득 토해내지요. 다음날 아버진 가족을 떠나 어디론가 길을 나서고 아버지가 아프다는걸 안 나영은 자기가 원했던 연수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찾아나섭니다. 엄마의 고향 하리... 한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기자기 아름다운 마을 풍경 나영은 갑자기 엄마의 스무살적 시절에 와있습니다. 얼굴에 주금깨 가득 순수한 처녀 연순(전도연)은 갑자기 나타난 나영에게 너무도 친절하게 대합니다. 언니라고 부르면서...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랑스런 모습에 너무도 새삼스럽습니다. 우체부가 오면 밥을 먹다가도 뛰어나가고 그러면서도 한마디 말도 못건네는 수줍은 엄마 그건 나영이가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지요.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대한 좋게 보이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 까막눈 엄마는 그걸 감추고 뭍에서 공부하는 동생(삼촌)에게 편지를 보내라고 하고 매일 매일 우체부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엄마가 까막눈인걸 눈치챈 진국(박해일)은 일학년 국어책과 공책을 가져다주고 그러면서 둘사이는 선생님과 제자가 되지요. 서로의 감정을 말하진 않았지만 새록 새록 정이 쌓여갈 무렵 진국이 섬을 떠나게 되었는데 실의에 찬 해녀 연순은 물질을 하다 맥을 놓게 되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져가지요.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영은 그 순수하고 해맑던 엄마 연순과 사람 좋은 아빠 진국의 사랑을 다시 일깨워주지요. 늘 아빠를 닥달하던 엄마가 그토록 수줍게 키웠던 사랑이었는데 세월이 그 두사람을 그렇게나 변하게 만든것이었지요. 우리도 시작은 그랬지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달콤한 말만 하고, 영원히 사랑하며 살것 같았는데 변치 않을것 같았던 그 마음이 하나 둘씩 퇴색해 가는게 인생이라는것, 이 영화속에선 어쩜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변해버린 내 자신의 모습도 비춰보았습니다. 누군가 그랬지요. 사랑은 핑크빛이라 바래기 싶다구요. 이미 한참은 빛바래버린 내 사랑이지만 이제는 친구처럼 초록으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국화꽃 향기에서 처음 봤던 박해일의 어눌한 연기가 참 많이 자연스러워 보기 좋더군요. 그리고 1인 2역을 해낸 전도연은 다른 연기자들보다 배는 많은 촬영을 해냈을것 같더군요. 꾸미지 않은 섬처녀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습니다. 중견중의 중견. 고두심의 벗은 모습 공개...멋집니다. 중년 부부, 젊은 연인, 그리고 친구끼리 누구와 봐도 좋을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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