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그 절절함을 수십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나를 아직까지 전율케 하는사람이다.
Ernesto Che Guevara (체 게바라).
쿠바의 혁명가이며 '쿠바의 두뇌'라고 불리우던 사람......
검은 베레모에 텁수룩한 수염,흩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한시도 입에서 떼어 놓지 않았던 시가,
밀림을 헤치며 열정적인 게릴라 전을 펼치던 강열한 눈빛, 꽉다문 입술,
그리고 조국 쿠바를 향한 신념과 애국심이 진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다
그는 억압받는자 그리고 소외된자를 위해서 몸을 내 던졌고,
혁명으로 얻은 권좌를 내 버리고 스스로 게릴라전에 뛰어 들었다가
1967년 마흔살에 미국 정부군에 의해서 총살 당하였다.
그는 쿠바의 살아있는 신화였고 전 세계 여성이 그를 흠모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할때는 이미 이 지구상에 이름만 남아 있을뿐 그의 실체는 없었다.
그의 무엇이 나를 그렇게까지 영혼을 옭아메고 가슴을 떨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마음 한구석 열어놓은 틈새로 어이없게 그가 비집고 들어올줄 몰랐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만날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그는 여고시절 내내 가슴 한쪽 귀퉁이를 '아픔'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나의 실체도 모른채 죽어간 사람을 위해서 난 그렇게 아프고 아팠었다.
그를 처음 안것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막간을 이용해서 잠시 스치듯 들려주신
세계사 선생님의 침 튀기는 그의 발자취를 듣고 난 뒤였다.
그날 이후로 난 온통 그를 위한 자리가 내 가슴속을 좁지않게 차지하게 되었음을 느꼈다.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 친구가 그때부터 내 아픔을 같이 해 주었다.
어처구니 없는 그 짝사랑을 내 친구는 조금도 비웃지 않고 다 받아주고 같이 안타까와 했다.
그가 총살 당할때 나는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 했을때였다
세상이 뭔지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건 모두가 아름답고 신기하게 보일 무렵이었지만
난 그때 까지도 그의 존재를 몰랐었다.
나의 첫사랑이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피를 튀기며 죽어간 뒤에도
난 교실에 앉아서 영어 단어 외우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를 사랑할때는 이미 그의 실체는 간곳없이 내 가슴에 상처만 남겨 두었다.
그 아픔의 정체가 짝사랑이었고 그리고 첫사랑이었는것 같다.
(실질적인 첫사랑은 따로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는 일정한 기준이나 조건이 없다.
일상적인 조건 즉,
환경, 지위, 富. 학력, 외모 더나아가서는 이념의 차이, 종교의 차이 그리고 국경의 차이
그 모든걸 초월한 사랑이야말고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에드워드8세와 심프슨 부인의 사랑은 한마디로 설명이 안되는 '세기의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서 왕좌를 버리고 두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심프슨 부인을 택했다.
근엄한 영국 왕실을 발칵 뒤집어 놓았지만 윈저공(에드워드8세)은 끝내 사랑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했다면,난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은 나혼자만의 가슴앓이로 첫사랑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부터 시작 된다는기가막힌 말이 있는데
난 이 두가지를 다 한꺼번에 겪어야 하는 이중고를 감당해야 했다.
사랑이란,
살아있는 사람만 사랑하라는 법이 없다는 스스로의 최면에 난 빨려 들었다
그 첫사랑이 아픔으로 흔적을 남기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난 그를 잊지 못한다.
비오는 어느날 아침에 문득 그가 보고 싶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Platonic Love....
그랬다,,,,,,,,,난........
어처구니없고 허무맹랑한 실체없는 사랑에 난 순간순간을 잃었는지는 몰라도
지금껏 그를 위해서 잠시잠간의 시간이나마 허용되고있는 현실에 난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