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시진 않은것 같다
취기가 돌기시작할 즈음 그녀를 보고싶은 마음에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4층 맨션(지금의 아파트 보다 낮은 가구)이었던 것 같은데 늦은 밤이라 문을 두드리면
분명 열어주지 않을 것 같아 어릴 적 남의집 담장타고 다니며 석류나 무화과 열매 서리한
실력(?)을 발휘하여 4층까지 베란다 창살을 잡고 기어올라갔다.
취기가 있는 상태라 겁 없이 겨우 4층까지 올라간 나는 베란다 문을 살짝 열어보았으나
문이 안에서 잠긴 상태라 몇 번이고 열어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인기척과 문여는 소리에
놀란 그녀의 어머니가 거실로 나오던 중 시커먼 물체가 서있는 날 보고 기겁을 하며
"도둑이야"
술이 취한 상태였지만 그 소리에 순간 당황한 난 베란다를 잡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그래도 살려고 했는지 이층 베란다 창살을 잡았는데 다행히 베란다 창살에 몸이 튕겨
베란다 안쪽으로 몸이 떨어지면서 그 곳에 놓여있던 장독대를 와장창 모조리 깨트리는
소리가 술에 취한 내 귀에도 크게 들렸다.
깊은 밤 그 맨션은 "도둑이야"란 소리와 함께 장독 깨지는 소리까지 아수라장이 되었고
난 온몸에 된장과 간장이 뒤 범벅이 된채 베란다에 드러누워 잠시 정신을 차리는 동안
귓전에서 경찰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업, 어디살어!" "임마! 그곳엔 왜 기어올라갔어" 파출소 안에서
신원조회가 이루어졌고 조서를 꾸미는 담당형사의 위압적인 말투와 그날따라 조서를
꾸미는 타이핑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타닥 타다닥...
사고가 난 이유를 설명하고 조서를 다 꾸민 형사가 갑자기 웃으면서 임마!
아무리 보고싶다고 술을먹고 4층까지 기어올라가서 뛰어내리냐!!
담당형사가 수화기를 잡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의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사실확인을 하는것 같았다.
구석자리에 한참 쪼구리고 앉아있었는데 파출소 문이 열리면서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어오면서 동네망신 다 시킨 날 원망의 눈초리로 힐끗 쳐다봤다.
그녀의 부모와 담당형사가 무슨이야기를 나누고선 그녀의 부모는 파출소를 나가고
담당형사가 날 불렀다...
임마!! 냄새나니깐 세면장에서 씻구나와...
대충 씻고 다시 담당형사와 마주보며 훈계를 들었다
기물파손에 무단주거침입죄 인데 그녀의 부모가 주거침입에 대한 죄는 선처를 바란다고
했으나 아랫층에 부서진 항아리에 대해선 변상을 해야된다고 한다.
중, 고교때 자주 반성문을 써왔던 실력으로 그날도 서너장 뚝딱 제출하고 새벽이 올때까정
구석자리에 쪼구리고 앉아 밤을 세운 후 사촌형이 아침일찍부터 수습을 다 끝내고
파출소를 빠져나오게 된다...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머리속엔 온통 그녀가 보고싶다는 생각 뿐이였고 빨리 수업을
마치면 또 찾아가리란 생각뿐 이였다
수업이 파 한후 무작정 그녀 집으로 향하면서 반드시 허락받고 만나리란 자신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분명 인기척이 있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또 눌렀다..계속적으로 딩동딩동...딩동...
지금생각 해도 모르겠다 왜 날 그토록 싫어해서 반대했는지...
계단을 힘없이 내려와서 그녀가 있는 4층 방쪽을 향해 머릴 쳐들고 고래고래 소릴쳤다.
영애야!!!!! 보고싶다...쫌 나와봐라!
영애야!!!!! 보고싶다...얼굴 좀 보자
영애야!!!!! 내 왔다 나와바라.....
그날따라 보고싶은 간절한 마음과 서러운 마음에 가슴이 아려서 눈물이 막 나왔다.
이성에 의하여 처음으로 흘려본 눈물이였다.
목소리가 원래부터 컸지만 눈물이 뚝뚝 떨어지니 감정에 복받쳐
더욱 더 크게 소릴 내질렀다....만나게 해달라고...보고싶다고...
그렇게 미친듯이 소릴 내지르고 목이 쉬어갈즈음
주민신고로 또 잡혀갔다.....죄명이 고성방가 란다..
(4편 상처뿐인 흔적에서 계속됩니다)
배경음악 : 양하영 - 가슴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