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가 많이와, 집에 가자." 이제 30개월 된 딸아이가 뒤집어질 듯 마음대로 움직이는 우산속에서 얘기한다. 6년만에 미국간 친구가 귀국해서 만나러나갔는데 하필 태풍때문에 비가 쏟아진다. 엄마랑 나간다고 신나서 따라나선 아이가 비맞을랴 바람맞을랴 싫은가 보다.
우산 하나에 아이손 잡고 뛸려니 나도 정신이 없다. "빨리 가자, 물 밟지 말고." 그 와중에도
심하게 물이 튈까 아이에게 주의를 준다.
1974년 초등학교1학년때 비가오면 교실앞에서 엄마를 기다렸었다. 우산을 챙겨가지않았는데 비가와서 엄마가 우산이랑 장화를 들고 학교에 오셨다. 그러면 엄마등에 엎혀서 집에 가곤했는데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엄만 집에 가는 도중에 시장에 들러서 군것질거리도 사주시고 난 엄마등에서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추운 날엔 우리 식구 숫자대로 뚜껑있는 밥그릇에 밥을 퍼서 아랫목에 묻어두시기도하고
맛있는 떡을 만드셔서 부뚜막 열기있는 곳에 놓아두시기도 했다.
부지런도 하시고 솜씨도 있으셔서 여름엔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주시고, 겨울엔 털실로 스웨터,모자,장갑 많이도 떠주셨다.
맏며느리 어머닌 일복도 많으셨다. 까다로운 할머니, 못지않은 아버지를 열심히도 공경하면서 사셨는데, 고혈압으로 쓰러지셔서 호강한번 못해보고 돌아가셨다. 난 철도 들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자식낳으면 여자들은 거의 모두 친정어머니 생각을 하게된다고 한다. 첫 아이낳고 안계신 엄마 생각에 많이 울었다. 좀 더 곱게 말할걸... 좀 더 잘해드릴 걸...
얼마 전 친정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국가유공자이셨던 아버지는 화장을 해서 국립묘지에 안장을 하는데 어머니도 함께 할 수 있다고해서 아버지와 함께 묻히셨다. 두 분 모두 마음고생,몸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 다음 세상에선 행복하실거라 믿는다.
밤이 되면서 비가 잠깐 멎었다. 옆에서 수다떨던 딸은 잠이 들었나보다.조용하다.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 친구들에게 얘기한다. 내가 긍정적인 사고를 하지못할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때 부모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거라 생각하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비가 다시 내린다. 아침이 시작되면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이랑 또 씨름하면서 하루가 갈테고 부모님 생각은 이렇게 비내리는 밤처럼 외로움이 느껴질때야 하겠지.
'아버지,어머니 보고 싶어요, 제 가족 챙기면서 사느라 그리워할 틈도 없네요. 그냥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걸로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