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에버랜드) 톨게이트로 나가서 어느만큼 가다보면-약도를다
말할 수는 없지만- 산속에 아주 작은 저수지 자로샘이 있다.
그곳은 우리 신랑에게, 동호회 어느분-나그네라는이름을가진-이
헌정을 한 곳이다.
그분은 작은 샘같은 그곳을 '자로샘'이라 칭하고 우리 그이에게
바쳤다.
(그인 낚시 동호회에 나가면서 '자로'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원래 자로는 공자 제자이고, 우리집 애완견 이름이기도 하지만
모두 아이디를 쓰는 동아리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그이름을 썼나보다)
물론 세상적으로 돈을 주고 받았다거나 등기를 한것은 아니지만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인 성가대 연습을 제끼고 비가 오는것은 전혀 상관 없이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사실은 나도 궁금했다-
비가오기 때문에 혹시 차에서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징어도 굽고 커피도 타고 몇개의 머핀도 챙겼다.
에버랜드쪽에서 동네방향으로 약도를 따라 찾아가니,
산속에 조그만 못에 도착했는데,
우리 부부는 정말'자로샘'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작은못앞에서
감격 하고 말았다.
그는 얼굴이 벌개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쁘다! 이런 곳이 있다니....
가뜩이나 요즘 낚시에 중증인데, 자기 이름이 붙은 아름다운
연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을 터이다.
앞의 산그림자가 바로 앞까지 비칠만큼 조그맣고,깨끗한 산속의
그곳엔 물오리도 동동동 사이좋게 떠다니고, 하얀 두루미 비슷한
새도 날아들었고, 뻐꾸기며, 이름모를 새도 울었다.
수면으로 동글동글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난 그의 옆에 조그만 간이 의자를 피고 앉아, 동그라미를 그리며
떨어지는 간지러운 물방울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요즘 괜스레, 늙어감이 속상했는데, 이렇게 욕심없이 늙어감도
괜찮지 않나 하는 변덕이 일어날 만큼, 아주 좋았다.
깊은 산속에 둘이만 있는그시간들이 소중하게 가슴밑바닥에
갈아 앉았다. 쓸쓸하거나 울적할때는 그갈아앉은 덩어리를
조금씩 꺼내어 녹여야지......
산그림자가 비친물은 녹색으로 보이고, 난 오래 그 녹색을 바라보며
그시간을 감사했다.
조그맣고 소박한, 그리고,아름다운 자로샘!
우린 아마도 자주 그곳에 가게 될것 같았다.
결국 그는 낚시대를 담그어야 했고, 씨알은 작지만 붕어도 두마리
구경을 했다.
비가 오기 때문에 어두워지기 전에 짐을 챙겨 일어 났다.
멀진 않았지만,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며,
하얗게 핀 들꽃이 아름답다고 내가 말했다.
그가 날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조금만 싫으면 정말 싫다고 야단이고, 조금만 좋으면
너무 좋다고 야단인 애들같은 마누라가 웃으운지....
차에 오르자마자,
둘이 동시에 말했다.
"배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