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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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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친구


BY 루나 2004-07-04

 

두번째 브리스밴 그 녀집을 방문하였을 때였다.

가을빛을 담뿍받은 홍시감이 어찌보면 땅에 닿은듯 만듯
제 무게를
 힘겨워 하고 있었다 

내 키보다도 작은 나무인데…
어찌 저리 커다랗게 열릴수 있었을까? 호주에서 드물게 보는
홍시 감이였다. 


그 녀와의 첫 만남은 맑은 보라빛의 자카랜다가 온 동네를
뒤덮혀 있던 아주 오래전 10월이였다.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흙을 가까이 하여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던 그녀는 꽃도
그리고 야채도 참으로 잘 가꾸었다.


그녀는 시드니에서 약 1000km 떨어진 브리스밴에 살고 있었는데

그때는  호박, 가지등을 수확하여
말리어 보내주기도 하였고 한국의 제주도 처럼이나

떨어져 있는 타즈마니아에 살땐 미역과 파래,
그리고 고사리등을 따서 말려 보내오기도 하였다.
그리곤 시드니에 이사온 이후  아주 간혹 들리면  상추, 갓, 깻잎,
고추, 도라지 옥수수등 시기에 맞추어 수확하여 한아름씩

안겨 주기도 하였다.  

몇 년전에 큰아이가 서울 다녀오면서 주렁주렁 실로 엮어진
차디찬 늦서리를 맞고 또 맞은 색바랜 주머니 속의 꽈리를

갖고 온적이 있었다. 예쁘고 붉게 물들어진.

아마도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덜렁덜렁 들고들어오고

공황직원도 무엇인지 모르니 그냥 통과 시켰나보았다.


한해는 그냥 걸어놓고 쳐다보면서 어렸을 때 살던 동네길의 담위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초록의 꽈리가 붉게 물이들면
손으로 살금살금 문질러 하얀 씨를 뺀다음 입안에 넣고 둥글게 분다음
꼬르르 소리내어 불어되던 추억을 되새겼고  
그 다음해는 3군데로 나뉘어서 심어 보기로 하였다.
흙이 좋은 친정집에. 그리고 난 커다란 화분에 그리고
그 녀에게도 같은 양을 나누어 주었다.
첫해도 두번째 해도 꽃은 피는데 곧 떨어져 버리면서
새로운 토양과 다른 기후에 힘들어 하며 우리집 것과
친정집에 심은 것이 사라져 버린 그 이듬해에
그 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주 조용하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우리집에 꽈리가 열렸어”.
거짓말 같아 가보니 무성한 잎새들 사이에서 초록의
주머니로 진을 치고 그 속에서 꽈리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 기후와 토양에 적응 될때까지
정성으로 잘 다독거리면서 기다린 열매인 것이다.

시드니로 옮겨 오기 전에는 틈틈히 편지와 전화로.
그리고 우리집 가까운 곳으로 왔어도 그때와 다를바 없이
고작 한해
 두어번 만나지만.
항상 그곳에, 그 자리에 있는 것만
확인하여도 마음에 기쁨이 되고 있었다.
 
군중속에 외로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오히려 공허함에 잠기기도 하는 것과는 영 다르게.

어쩌다 만나면 시드니 대학가 헌책방을 누비며
오래된 책들과 레코드를 뒤적이기도 하고.
좁은 공간에서 정신없이 씨끄러운 사물놀이를 듣기도 하였다.
시드니로 오기 전 마음이 답답할때면
“후에 우리둘이 장구와 꽹과리 들고 한적한 곳에가서 한마당 놀자”
그 말로 서로 위로를 삼곤 하였는데.

결혼전에 처음 만났고 그리고 5년 후 첫아들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 우리집을
 방문한 그녀와  출산의 기쁨을 함께 나눈
그 아이는 곧 21살 성인이 되니 우리가 함께한
기뻐하였고,
  마음 아파한 슬픈 날들이 참으로 많았는데.
아직도 내 마음에 담고 있을수 있어 좋은 귀하고 귀한 오래된 친구.

 

머나먼 이국 타향에서 다 자란 사람들이 만나 우정을 나누기는결코

싶지 않은데. 그기에 있기만 한것이 마음에 위안이 되는 친구.

오랫동안 내 나라, 내 친구, 내 친척들 떠나 살은 오랜 날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그 무엇과  자녀들 다 자라 떠나보내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마당 신나게 두들기면서 놀아볼까나.

오래 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내곁에 있기를 바램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