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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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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잃은 소녀가 암과 싸워야 하는 아줌마로


BY 푸르메 2004-07-04

전 학원 승합차를 운전하는 일을 하며 생활에 보탬을 얻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지난 금요일은 민들레가 방문채비를 갖추고 있다더니
오후 운행시간에 많은 비가 오락가락 했었어요.
비님 오시는 날은 일하는데 지장이 참 많지요.
애들 차량시간이 꽉 짜여 있는데 빗물 흐르는 우산을 접고 펴느라
아이들은 지체하죠 차창의 성에는 시야를 가리죠
맑은 날보다 두 배 이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요.


그렇게 빗속을 달리다가 문득 아주 오래 전 소녀라는 풋풋한 이름으로 살 때
비님 오시는 날이면 자주 불렀던 윤형주 님의 비와 나 가 기억이 났어요.

그걸 속으로 흥얼거리며 달리는데 문득
꿈 많은 소녀... 이 대목에서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목이 메이며 눈물이 솟구치더라구요.

꿈많은 소녀... 이 가사에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은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을 거예요.


구로동 쪽방에서 자취하며 구로공단의 전자회사를 함께 다녔던
한 친구가 토요일 수술날짜를 받아놓은 상태였거든요.
여자의 심벌을 도려내는 수술을 앞두고있는 친구.

 

그녀는 어쩌면 신분상승을 꿈꿨는지도 모르겠어요.
환경이 아주 많이 다른 남자애와 연애를 하고

이어 결혼을 하여 아이도 낳았지만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참으로 오랜 시간을 가슴 졸이며 살았어요.
그런 게 있잖아요 하나를 거짓으로 만들다보면 그에 따른 여러 사실들을
짜맞추기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되는.
그렇다고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을 만큼 강심장이지도 못한 그녀는
아마도 외줄 타는 곡예사와 같은 가슴 졸임 심한 생활을 했을 거예요.
인간적인 가치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그 어느 면에서나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아이였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하던가요.
학벌 족벌 등 백그라운드가 화려한 사람이 우선이 되는 세상에서
잡고있는 줄에서 떨어지기 않기 위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갑절은
수고하며 살았을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가 붙들고 발버둥치던 줄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녀는 선택한 삶을
모래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많이 참고 또 참으며 살았었지요.
그렇게 시댁식구들과의 사이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대인관계에서도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그녀의 삶이었지만
병마와 맞닥뜨린 친구를 생각하자니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그리 발버둥 했을까.

 

번듯한 환경이 정신적, 풍요나 평안을 허락하는 것도 아닌데
오아시스와 같은 화려함에 눈멀어
진정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다 마음고생이 빚은 결과로
암과의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친구의 아픔과 함께
꿈을 가슴에 키울 선택의 여지도 없었던,
꿈보다는 생활을 위한 돈벌이에 나서야만 했던
꿈 잃은 소녀였을 오래 전의 우리들의 모습에서
슬픔에 강을 건너는 가녀린 소녀가 아팠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