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국민배우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었습니다. 280여 페이지에 걸친 그녀의 아프리카 체험 이야기는 제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중 한 챕터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는 10여년동안 계속되어온 내전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나라입니다. 영국령에서 해방된지 얼마되지 않아 부패한 정치에 뒤이어 반란이 일어나고, 그에 뒤질세라 또 다른 반란이 일어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쟁은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싸운다는 목표의식도 없이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자원은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는 자원이라기 보다는 전쟁의 씨앗입니다. 시에라리온과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은 유혈사태와 내란으로 어지러운 나라인데...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가 반란을 일으키는 반군세력들의 무기밀매자금으로 동원되는 바람에 그들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입니다. 반군세력들이 파내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이 불법거래로 서방국가에 흘러 들어가 보석상에서 값비싼 가격에 팔리게 되죠.
그런데 이렇게 팔리는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 국민들의 피의 댓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반군세력들은 사람들을 다이아몬드 광산지역에서 쫓아내기 위해 닥치는대로 팔과 다리를 자른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지요. 그래서 시에라리온의 수많은 사람들이 팔과 다리가 절단된채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답니다.
이렇듯 1860년대 이후 아프리카의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다이아몬드는... 영원불멸의 의미로서 웨딩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같은 평범한 사람 역시 조그만 것 하나를 예물로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이아몬드는 보석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 있는게 당연한 듯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하며 투명한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의 이면엔 아프리카 국민들의 피의 댓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주는 도구가... 다른나라 사람의 불행을 밑바탕으로 깔고 있는 보석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제겐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의미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불법으로 밀거래 되는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아프리카의 반군 세력들은 더 많은 다이아몬드 채취를 위해 사람들을 노동에 혹사시킬테고, 배고픔에 광산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절단하여... 광산은 반군들 차지라는 공포심을 조성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된 다이아몬드 반지의 세팅상태가 구닥다리라며 세련되게 고쳐... 나중에 딸아이에게 줄까하는 철없던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때의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사람은 많이 듣고, 많이 보며,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해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전 다이아몬드 불매운동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슴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취해야 할 까닭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것은 워낙 작은 것이라 팔아도 별 값은 나가지 않겠지만... 남편이 허락한다면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여러분 주위에서 누군가가 결혼하면서 웨딩링으로 다이아몬드를 택하려 하신다면 이런 애기를 들려 주시면 어떨까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파하지 않기 위해.... 다른 보석을 택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