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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자갈치 난전에서


BY 로맨티스트 2004-06-30

    낡은 파라솔 아래 좌판의 은빛갈치 눈부신 자갈치 난전에
    여릿여릿 햇살조각 사그라지는 땅거미질녘
    선창의 비릿내 거둬 막다른 어판장 축대끝에 재채기하듯 가버린 하루


    골목 난전의 화롯불에 뒤척이는 꼼장어 살점타는 내음
    질펀하게 내려앉는 거리 거리에
    뭐그리도 지껄여야 할 얘깃거리 그리도 많은지
    피곤한 주둥아리 허연 이빨 드러내며
    시린속 다스리는 알코올 한잔 허한목젖에 부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회센타의 뿌연 불빛아래 고기 목따는 칼춤
    억센 자갈치 아지매의 손아귀에 끝나지 않은 밤
    정박한 어선에 흐르는 불빛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오색물결로 춤추는 선창 끄트머리 밤의 갈피에
    지친갈매기 영도다리 너머로 마지막 날개짓 추스려
    어둠속에 하얗게 사라진다


    진눅한 삶의덮개 소복히 쌓이는 난전에
    늦도록 붉은 카바이트 불빛 혼자 흥얼거리며 어둠을 사르고
    세상 악다구니 다뱉듯 토악질하며
    희멀건 전신주 허리께 붙잡고 씨름하는 군상 하나 둘
    졸린눈 부아리며 다 돌아가버린 자갈치 난전 한켠에
    뎅그러니 혼자남아 마지막 술잔 돋우는 난 그때
    그곳에서 무얼하고 있었나??
    .
    .
    .
    모처럼 제2의 고향인 부산에 출장을 갔었는데 많이 놀랬습니다
    지방은 경제가 서울쪽보다 더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밀려서 짜증나던 부산의 중심지 남포동과 서면도로가
    너무도 한산하고 썰렁하던지....그 많튼 차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제가 20년전에 부산 떠나올때 450만 인구가 지금은 370만 이라구 하더군여
    묵고 살길이 없어서 다 떠나고 허울뿐인 국내 제2의 항구도시 부산


    몇 년전 만 해도 당당하던 친구넘 들 어깨가 축 늘어져 돌아가는 뒷모습이
    현재 돌아가고 있는 국내경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배경음악 : 비나리 색소폰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