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매서운 차거움이 느껴지는 겨울밤이다.
몇 개월을 비가 오지 않는 밝은 날들이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댐의 물의 수치가 절반도 더 내려가서 심각한 상황
에 놓여 있기도 한다. 가든에 물을 주는 것이라든가 차을 딱는 것등
물 사용의 제한을 많이 하고 있다.
세탁기의 행구는 물을 받아 사용하기도 하고 쌀씻는 물이라든지
모아 사용하기에 이르렸다. 땅속의 겨울꽃들이 한껏 물을 들이키면
쑥쑥 올라와 꽃피우련만.
내일이면 올한해의 절반인 7월로 접어든다.
이곳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끝나고
내일이면 켄베라에 있는 딸아이가 올라온다.
비롯 3시간이면 달려 갈수 있는 곳이지만.
멀거나 가깝거나 자녀들을 유학보낸 부모님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
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두집 살림에 오래 전날 서울로 유학와 있던 친구들 등록금 낼때면
시골의 논팔고 밭팔고 … 그 부모님들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수 있었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던 딸아이는 문학을 전공하고 싶어했고 졸업후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
가장 가기 쉬운 길로 호주 유일의 국립대학을 선택하였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차로 달리면 3시간 걸리는 호주의 수도
켄베라는 국회의사당, 각 나라의 대사관 그리고 주로 정부기관
들이 있는 크지 않는 깨끗하고 조용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족도 많지 않은데 또 떨어져 보내어야 하는것이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것이 바람직 한것임을
아는 나와 남편은 허락 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한해가 지나고 또 반년이 지나갔다. 복수전공을 택하여 5년
을 그곳에 있어야 하지만 작년 첫해에는 멋모르고 집떠난 해방감에
조금은 들떠있기도 했었고 달라진 공부에 힘들어 하고 있기도 하였지만
올해는 간혹 집에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나보다.
요즈음같이 추운 날씨에 밥해먹고 하려니 힘이 들기도 귀찮기도 하겠지.
날이 갈수록 생각도 많아지고 조금씩 철도 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겠지만.
아이를 보내어 놓고 나 또한 전에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가족에 대한, 자녀에 대한, 참아 주는것, 기다리는 것등 다른
과목들을 생각케 되기도 하였고 지금도 공부중이라 말하고 있다.
자녀를 내 소유물로 생각할때는 그들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지만
잠깐 내게 맡겨진 선물로 생각하고 이제는 슬슬 떠나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이제라도 집은 편하게 쉴수 있는
좋은 장소라는 것을 느끼게 하여 주고 싶다.
그들의 나이가 듦에 철이 들듯이 “철들자 망령이다”라는 옛말처럼
나도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할수 있는 것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내가 나가는 학교에도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있다.
한참 사춘기로 들어 힘들 나이인데도
굳굳하게 잘 지내는 그들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다.
집떠나 외로움이 더 많을 그 아이들,
그들의 부모님들께서도
자녀들을 보내어 놓고 많이 힘들겠지만 그 아이들 또한 많은
어려움과 외로움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더욱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하여 주었으면 바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