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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포도에 찜해 놓기


BY 자향 2004-06-30

..

  한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가로이 있고 싶은 날,

며칠째 남편은 저기압이라 나까지 숨이 막혀오고,
흐린 날씨처럼 자꾸 침잠되는 기분..

 

인터넷 띠방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선약이 있었음에도...무시하기로 하고
시간 널널한 이줌마처럼 또 약속을 한다.

친구가 남편과 함께  와 있다는 농장을 찾아나선다.

안양 석수동에서 제 2 경인 고속도로를 가다
시화공단가는 길로 좌회전, 언덕을 넘어서고 나서
청송저수지쪽으로 우회전
다시 우회전 그리고 직진하면서 10분쯤 오면
메기의추억 과 들림송어회집이 보이면 다시 전화하라고 햇다.
집에서 25분거리.
몇번이나 이야기를 했었던가? 언제 한번 만나자고...

그냥, 들에서, 풀에서 ,그늘지며 열매맺을 포도밭에서
무심을 배우고 싶은 그런 마음이 큰 날이었던 탓에
할 일은 많은데도 제쳐두고 친구를 찾아 나섰는지도...

친구의 설명대로 쉽게 농장으로 찾아가니,
너처럼 단번에 찾아오는 들어오는 사람은 첨 이라며  반겨준다.

1000송이가 넘는 포도송이에 봉지씌우기 시작..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포도,

포도향만 맡아도 가슴이 설레는,
잘 익은 보라빛 포도는 탱탱해도 부드럽고 말랑했는데...
푸른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어린 청포도는 단단함이 필사적이다.

포도를 만져 헐렁한 느낌이 날정도로
흠있거나 작은 알은 가차없이 떼어내 버린다음, 봉지를 씌워준다.

그래야 익어가면서 속이 꽉 차고 달고 맛있단다.
햇빛도 나지 않는 날, 얼굴 탈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조금쯤 그슬리면 어떠랴.

얼마 하지 않았는데도 2시가 가깝다고
친구가 점심 준비를 해놓앗다.

밭에서 갓 따온 상추, 쑥갓, 치커리, 씀바귀...
그리고 통통하게 밥이 오른 풋고추..

삼겹살 구워 점심을 먹는데,
풋고추 맛이 일품이다. 적당히 맵고,
아삭 아삭하게 씹히는 감촉 .

워낙 매콤함을 좋아도 하지만,
싱싱함이 주는 풋고추만으로도 밥 한그릇 뚝닥 할 거같다.

절로 살이 오르는 듯한 기분...
사근사근하고 친절하신 친구 낭군님은 이슬이 한잔을 곁드리시고..


다시 포도밭... 봉지 1000장을 다 쓰고도 포도송이는 많이 남았다.
각자 씌운 포도봉지에 이름을 써놓았다가
가을에 와서 각자 따가라는  친구낭군님.


이번에는 감자 캐기.

힘없이 뽑혀지는 감자 줄기를 잡아당기면
소담스레 들어나는 굵은 감자알들..

난생 처음 보는 밭일이 신기하고 재미 있다.
두 친구가 감자를캐고
들어나는 감자를 주워담는 일은 내몫..

5000원어치 심었다는데, 정말 많이 나온다..
정성을 들인만큼 정직하게 소출을 하는 땅.
끊임없이 우스개 소리를 해주는 친구들....
하하, 호호 깔깔대며 모기에 물려가며 상추도 따고..오이도 따고,,가지도..

어느새 7시가 다 되었다.


서두르는 나를 위해 감자와 푸성귀를 챙겨주는 친구

마치 친정언니처럼 풋고추가 적다고 더 따라고 성화다.

매운고추 좋아하는 울 낭군님 생각에 다시 가서 잘 생긴 놈으로 골라
두 손바닥 가득 고추를 따오고..

아쉬운 작별,,,

돌아오는 길,
다시 충만한 활력을 받아 집으로 향한다.

신선한 쌈에 매운 풋고추 된장에 찍어먹으면,

남편의 우울했던 마음도 나처럼 밝아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