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 부슬 장마비가 거리를 적신다...
이런날엔 남편이 일을 하지 못한다..
덤프 트럭 운전일을 하는 남편...
요사이 많이 지쳐하고 힘들어했다..
모처럼 휴일을 맞은 그이가 함께 낚시를 가쟎다..
이곳에서 좀 떨어진 신광 유료낚시터에를 함께 가자는 것이다..
한참을 거부하다 못이기는냥 따라나섰다...
가는 차안에서도 내내 말이 없었다..
우린 늘 그랬다...
한집에 살고 있으니, 내남편인가보다 하는사이..
경상도 사내 아닐랄까봐 무뚝뚝하고 분위기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
중간쯤 갔을까...점심시간이 다되었으니, 식사를 하고 가자고..
도로변에 있는 해장국집에 들어갔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본일이 드문 나는 알아서 시켜달라고 했다..
내장탕을 시켰고...
역시나 말없이 주변만 살폈다..
잠시후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첨 먹어보는 내장탕..옆에 간장 종지가 있었다..
식사를 받아놓고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걸리던지, 남편은 양념 다데기장을 밀어준다..
적당히 넣으란다..
그리고는 탕속에 고기를 간장에 찍어먹는거라고...
자상히 알려주고 싱거우면 소금을 좀넣어 먹으라고도 한다..
첨이였다...그렇게 내식사를 자상히 챙겨주는건...
나도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잔씩하고 다시 출발했다..
차에 오른 남편은 오랜만에 나오니 좋으냐고 묻는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에 풍경을 감상했다..
한참을 달려 낚시터에 도착했다..
사람이 거의없어 적막하기 까지 한곳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남편이 낚시대를 펼쳐 던져놓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낚시터..
드문 드문 앉아있는 낚시꾼들의 도란거리는 이야기 소리..
모처럼의 한가로움이다..
물끄러미 찌를 응시하던 남편..
"커피 마실래?? 설탕 프림 다넣어 마시지??
잠만.."
자판기로 달려간다...
내커피취향을 알고 있었다니..
좀뜻밖이었다..같이 마셔본적도 없는데..
늘 내게 타오라고 시키기만 하던 사람인데...
행복감이 밀려온다..
남편이 서빙해준 커피맛은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잠시 낚시에 몰두하는것 같더니...
" 애들 키우느라 힘들제..
그래도 큰 불평안하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
한번은 같이 나오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 시간이 되네.."
생전 안하던 말을 다하고..
사람이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면 갈때가 된거라는데...
뭔일인지...묘한 기분이 든다...
" 오늘 늦게 까지 여있다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은거 있나??
니 돼지갈비좋아하제...그거 먹을까??
아님 스파게티도 좋아하던데..그걸 먹던지..."
오잉?? 이남자 봐라...
내식성까지 알고 있다니...
맨날 자기 먹고싶은것만 해달라던 사람이..
내가 좋아하던 말던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던 사람이..
많이 놀라고, 한편으론 흐뭇하고...
" 요새 안재모 안나오제...(내가 무지 좋아하는 배우다..)
심심하겠네...ㅎㅎㅎ 인쟈 가 앨범 안낸다나??
담에 콘서트하면 같이 함 가보까??"
점점...안재모의 안자만 나와도 경기하고 화부터 내던 사람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좋아하는건 좋은데..
너무 빠지진 마라...그럼 내가 서운하쟎아..
니 글쓰는거 좋아 하더만, 요새은 안쓰나??
내가 지금은 능력이 없어서 못하지만,
나중에 좀더 자리 잡히고 나면 니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책도 낼수있게 알아봐주께..
그러니까 열심히 써라...니재주 있더라..."
언제 내글까지 본걸까???
갑자기 빨개 벗겨진 이묘한 기분..
남편은 내가 하고싶어 하는일에 관심조차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것 같다...
관심 없는척 하면서도 다알고 있었나보다..
남편이 달라보인다...
" 니한테 많이 미안하다...
고생 안시키겠다고 데려와놓고 여직껏 고생만 시키고..
인쟈부터 큰 호강은 못시켜줘도, 이렇게 한번씩 둘이서만
낚시도 다니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다니고 그렇게 살자..
아들도 왠만큼 컷으니까
그래도 될끼다...집에서는 고기먹어도 아들 챙기느라
니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쟎나...
따로 나와서 많이 사주께...
좀더 자리잡힐때까지만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자....
알았제.."
무언가 볼을 타고 내린다..
내리던 빗물이 바람을 타고 내볼을 타고 내리는걸까..
아닌데..천막이 있어 비는 들어오지도 않는데...
너무도 행복했다...
늘 관심없는냥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편...
하지만, 그는 늘 나를 주시하고 , 내게 신경쓰고 있었나보다..
겉으론 무뚝뚝한듯 보여도, 속은 한없이 깊고 따뜻한 경상도 사내..
이런 사내랑 사는 이여자 행복한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