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교사라면 이런 민원 사례 어떻게 해결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91

부러울게 따로 있지


BY 동해바다 2004-06-27



    "엄마~~~~~" 
   
    아침 준비하느라 부산한 나를 아들이 불렀나 봅니다.   
    미처 듣지 못한 나에게 딸이 다가와 얘기합니다. 
    
    "엄마 오빠 코피 나." 

    아들 방에 가보니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코를 막고 있습니다. 

    "아니....코피 흘리면 휴지로 닦던지 고개를 젖혀야지 왜 그렇게 있는거야?" 

    제대로 배운 학습이었을텐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걱정섞인 잔소리를 하며 
    휴지를 빼내어 줍니다. 

    "엄마는...고개를 젖히면 어떻게 해요 숙이고 있어야지.." 
    나를 면박을 줍니다. 
    예전 코피가 날때는 무조건 고개부터 뒤로 젖히고는 휴지돌돌 말아 
    코구멍을 일단 막고 수건을 적셔 이마에 올려놓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이었나봅니다. 

    "아.....나는 언제 코피나나" 
    
    우리 딸의 부러움섞인 소리가 내 뒤통수를 칩니다.. 
    자기도 그런 여리고 얼굴이 병자처럼 하얀 아이들이 늘 부럽답니다. 

    "엄마 도데체 왜 난 코피하나 안나는거지?" 

    기도 차지 않는 말만 골라서 합니다.

    "엄마 글쎄 오늘 신체검사 하는데 채혈하는데 우리반 아이가 
    쓰러지더라 아이고 부러워.." 

    "엄마 나두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보는게 소원이야..." 

    "엄마 난 왜 끄떡안하지 다른아이들은 다 힘들다는데..." 

    "엄마 체육선생님이 맨날 나만 시켜..." 이런 딸입니다. 

    고3인 오빠가 일어나자마자 코피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것이 그렇게 
    부러웠나봅니다.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약한 모습에서 자기도 그런 
    보호속에 잠시 두고 싶은 모양입니다. 

    듣는 대답이 뻔하면서도 왜 부럽냐고 물어봅니다. 

    "남들 시선받고 공부도 안하고 병원에 있으면 선물도 먹을것도 사와서 
    너무 좋아.." 

    어린아이처럼 대답하는 고 1 딸의 모습입니다. 

    터프하면서 제 몸 공굴리듯 비삐 움직이며 노는 그런 활달한 아이입니다. 
    어린시절 운동신경이 발달하여 일찌감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였고, 
    몸을 180도 회전하는 것 일명 풍차돌리기를 밤사이 연습해서 하는 
    아이였구요. 양말신지 않고 열어놓은 방문 틀을 원숭이 나무 올라가듯 
    턱, 턱, 턱, 턱 문틀 꼭대기에 머리닿기하고 내려와야 하는 아이... 
    여하튼 몸을 가만두지 않는 아이였답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조신해지면서 여자인척 멋내기를 하는 딸로 변해 
    있지요 

    허긴... 
    저도 한때는 약하면서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그런 공주과의 
    아이들을 부러워 한적이 있었습니다.. 

    너는 큰 복을 얻은거야 
    육체는 나를 만들고 있는 살덩이일 뿐이지만 육체의 건강은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돼. 

    그런 중요성을 딸에게 얘기해 줘도 아이는 마냥 약한 모습의 아이들이 
    부러운가 봅니다. 

    공부하느라 피곤해 아침부터 코피 흘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무 피곤한가보다..." 

    "아니.....손으로 쑤시다가 그만..."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랍니까.. 

    이런 비리를 듣지 못하고 딸은 이부자리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얘야....가끔 사람들은 눈으로 보여지는 약한 모습에 큰 동정심을 
    일으킬 때가 있단다... 지켜 보면서 그 사람이 진짜 약한것인지 약한 척 
    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능력쯤은 심어 주었으면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