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 있을까?
내가 부부끼리 많이 사랑하라느니.어쩌라느니...이런말들을
중언부언 좌판을 두드리던 그 시간에,
친구 남편은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니었다니....
전화를 받고 삼성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가니, 이미 친구는
폭풍이 지난후의 믿기지 않는 고요처럼 놀랍게도 침착해져 있었다.
너무 슬프면 그렇게 되는것일까?
친구는 담담하게 손님을 맞고, 간간히 손님들과 대화하며 웃음도
띄우곤 했다. 의연한 아이의 마음이 어떠할까?그애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가슴이 더 아팠다.
나는 늘 남의 불행이나 슬픔을 대할때, 어느만큼 위로를 해야
하는지 당황할때가 많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것인지,어떤태도를
지어야 하는것인지.....
그럴때 나는 꼭 바보가 된다. 아무말도 못하고 무슨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구석에 서있다가는 제대로 위로의 말한마디 변변히
못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내일 발인 예배 시간에 맞추려면 집에 와야 해서 병원을 나섰다.
검은 어둠에 쌓인 병원은 여름같지 않게 오스스한 한기를 느끼게
했다. 문상을 와준 남편의 어깨가 새삼 듬직해보임은....그냥
감사하기 때문이다.우리 부부에게 건강 주심을.....
* * * *
발인예배는 9시였다. 충현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장례식은 교회장으로 치뤄졌다.
유해는 리무진으로 옮겨지고 가족과 추모일행은 버스로 이동을
했다. 평소에 절약하며 돈도 제대로 안쓰던 남편이 안쓰러워,
무엇이든지 좋은걸로 값비싼걸로 했다고흐느끼며 친구가 말했다.
.죽어서 그러면 무엇하냐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위로도 되고
일찍간 고인에 대한 살아 있는 사람의 마지막 배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호화로운 묘지가 있고, 값비싼 관도 있으며,고급 수의도
있고, 놀라운 가격의 유골함도 있는것인가 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는 납골당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고인의 유언대로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안치를 했는데, 성남의
화장장으로 일죽의 '유토피아 추모공원'으로 절차대로 따라
다니며 친구의 통곡소리를 들어야 했다.
같이 눈물을 흘리며.....
화장를 하는 절차가 가족들에게는 못견디게 힘든 과정임을 보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뿌려달라고 했던
유언을 바꾸고 싶을 정도였다.
2시간 가량이 지나 유골함에 담겨져 나온 함을 끌어 안고 어쩔줄
몰라 하던 친구를 보며 우린 또 얼마나 가슴 저미게 울어야 했는지....
성인이된 두아들이, 행동이 의젓하고, 며느리의 상냥함이 보기에
좋아서 다행이었지만.....
친구 남편의 유골은 기천만원이 넘는 그곳에 넣어졌다.
누구나 한번은 가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헤어짐은 있는것인데,
그애의 안타까운 이별을 보기가 힘이 들고 고통스러웠다.
친구의 슬픈 흐느낌을 보며 생각했다.
서로 다투었던 기억, 못해주었던 기억, 서운했던 기억들을 시간이
묻어 주겠지, 그런일들이 희미해지면서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눈물이 나겠지, 그렇게 그리워 견딜 수 없이 그리워 하다보면
차차조금은 잊어지겠지......
세상의 그 누구가 친구의 오늘의 이별만큼 슬플수 있으며, 그애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겠는가!
그저 그애가 잘 견뎌 주기만을 바랄뿐이다.
건장한 두 아들에게, 엄마에게 더 잘해드리라는 당부를 하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