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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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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不協和音)


BY 天 2004-06-14

 

언젠가 낮은 웃음 건져 올리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빳빳한 기운에 풀어놓는 성가신 잔소리가 흙탕물 뒤집어쓴 몰골처럼 싫었습니다.

그래서,늘 배은망덕한 말로 되 받아쳐 당신의 여린 가슴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미안타...괜히..."

당신 눈가로 접히던 굵은 눈물 바라보며 속으로 얼마나 '나쁜년'이라 곱씹었는지...

나 또한 딸을 키우는 못난 어미이면서...

 

수 년이 지난 오늘, 다시금 당신은 가늘게 떨리는 어깨 감싸며 문을 나섰습니다.

매캐한 매연이 채 식지 않은 한 낮에...

 

"제발,그만해! 딸 집에 일 해주러 왔어? 엄마도 시어머니처럼 좀 편안하게 지내다 가란 말이야. 몸도 안 좋으면서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 사사건건 잔소리 하지 말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상처임을 알면서도 너무 속상해 피멍든 맘을 헤아려주지 못한 채 하얀 벽 쳐다보며 울분을 다스렸습니다.

여지껏 딸 집에 오면서 한 번도 당당하신 적이 없으시던 당신.

사위 눈칫밥에 잠시라도 편치 않는 몸 놀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딸 가진 죄인'이란 소리도 듣기 싫었습니다.

"사위 눈치 좀 보지마! 싫단 말이야. 제발 기죽지 마! 무슨 죄 졌어!"

그렇게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능력없는 나의 현실이 소름 끼치도록 싫었습니다.

그 맘 헤아리지 못하는 남편도 꼴보기 싫었습니다.

이렇게 어긋나려 했던 게 아니었는데...

이번만은 맛난 것에 좋은 구경 시켜드리려 다짐했는데...

'불쌍한 울 엄마...'

 

눈물 바람으로 아파트 여기 저기를 찾아 헤매었지만, 더운 열기 앉고 바람결로 꼭꼭 숨어버린 당신은 이 '못난 년'의 애간장을 녹였습니다.

지리도 모르면서 바보같이...

한 참이 지난 후, 데워진 눈시울 흔적 데리고 나타난 당신.

"오늘 차로 내려 갈란다. 주책맞게 사위 푹 쉬지도 못하게 하고..."

그 말에 안도의 마음과는 달리 다급해진 화가 불쑥 치밀어 올라

"그러고 가면 내 맘이 편해!"

알면서,엄마의 맘을 누구보다도 알면서 뜻대로 되지 않은 이 앙칼진 혀가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언제나 삐걱이는 투덕임에 제발 이번만은 무던히 넘어가자 다짐하면서도 몸에 익은 당신의 숨죽임이 보기 싫어 또 생채기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기억속, 참으로 고달팠던 당신이 어렴풋이 만져집니다.

얼마나 이뻐하며 키우셨습니까? 얼마나 속 졸이며 땀을 훔치셨습니까?

그 피눈물 나는 세월 감히 이 '못난 년'이 자식 낳은 부모라 다 아는 듯이 어거지 쉬우며 당신 말에 핑계를 붙였습니다.

참으로 겉도는 당신과 나의 자리.

이젠 그만 마음의 짐 내려놓고 시원스런 기지개 펴며 햇살을 맘껏 누리는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당신 걸음 뒤로 떨어지는 웃음 가득 주워 담아 하늘 향해 '훨훨'뿌려 푸드덕 거리며 비행하는 날개 짓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러셔도 되는 분입니다.

한탄서린 내 속에서 묻혀 지낸 말.

 

'엄마! 미안해.미안...해.내가 잘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