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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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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던길의 아침풍경


BY 로맨티스트 2004-06-11

    동네 골목골목마다 책가방 둘쳐메고
    학교로 가는 아침
    늘 비슷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던 초등학교적 얘깁니다


    새 크레파스 안사준다고 골목길 바닥에 턱 주저앉아 엉엉울던 혁이 녀석
    학교 안간다고 쌩떼습니다


    쌔가 만발이 빠질눔아! 니죽고 내죽자..
    길가로 나있던 문간방 부엌문 박차고
    혁이엄니 연탄부지깽이 들고 후다닥 뛰쳐나옵니다
    기겁한 혁이넘 쏜살같이 일어나 부리나케 골목길 빠져나와
    학교가는길로 줄행랑을칩니다


    아침부터
    톱밥가루 날리며 귀청 뚫어지던 기계 모터소리 욍욍거리고
    찢겨진 삼류영화 포스트 덕지덕지 붙은 재제소 울타리지나
    학교담벼락 모퉁이 은행나무위 확성기에서 새마을노래 흘러나옵니다
    새벽종이 울렸네..새아침이 밝았네...
    늘상 쩌어쩡 울려퍼지는 학교가는길 아침


    노란콘티빵 빈박스 궤짝 뒤엎어 노상에 펼친 또뽑기가게
    꾸질꾸질한 때묻은 유리상자엔 큰코끼리.칼.군함.호랑이.토끼..
    이런 달큰한 설탕과자는 등교길의 철부지 아이들을
    유혹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아이들 단돈10원에 누런 똥종이 또뽑기 쪽지꺼냅니다
    눈썹 가까이 슬며시 갖다대고 고양이 실눈같이 쪼아봅니다
    갑자기 이마가 찡그려집니다. 꽝 입니다


    불량식품을 사먹지 맙시다란 문구가 적힌  비닐깃 왼쪽가슴에 달고
    구수한 뻔데기 질펀한 내음에 코 킁킁거리며
    떼거미처럼 뻔데기아저씨 리어카로 몰려드는 방망이.영환.태동이
    숟가락에 푹푹담아 퍼주는 뻔데기종이봉투를 조막손 손아귀에 쥐고
    다시 학교로 향합니다


    줄뛰기 사달라고 몇날몇일 졸라대던 빨간지붕 도단집 민욱이 녀석
    오늘은 새 줄뛰기 옆에끼고 환한얼굴로 등교길 나섭니다


    왼쪽다리 늘 절고 다니던 소사아저씨...
    그날따라 교장선생님 마냥 위엄떨고 허리뒷께로 두손모아
    등교길 아이들 용모 아래위로 훑어보며 두눈 부릅뜬채 서 있습니다


    매일아침 전쟁치르듯 왁자지껄 학교가던 아이들의 등교길 풍경
    그 모습 새삼 떠오릅니다
    그 아이들속에 저도 늘상 끼어있었지요


    문득 그런 지난모습 떠오르니
    저도 이제 쬐금 나이살이나 먹었나 봅니다...^^*
    .
    .
    .
    조오기 위에 나오는 태동이랑 방망이,영환,혁이놈들
    다 저의 꼬봉(시다바리)들 이였습니다


    방망이는 지금 서울에서 건설업하구 태동이는 고향인 부산에서
    중고자동차 사업하구 영환인 아직도 장가 안간 노총각 이랍니다
    글구 혁이놈은 영화감독이구..
    몇년전 까지만 해두 자주 모여 이슬이 한잔하며 포카랑 고스톱을 즐겼는데...
    오늘 따라 그 칭구넘들이 무지 보고잡네여...


    배경음악 : 양희은 - 내 어린날의 학교(선생 김봉두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