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언제나 꿈을 꾸었지. 이글이글 태양이 타는 날에는 살구나무 그늘 아래에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는 뜨듯한 구들방 아랫목에서, 별님이 쏟아져 창가에 자욱히 내리는 날에는 책상위에 턱괴고 앉아서, 소나기가 주죽주룩 내리붓는 날에는 바람불면 날아 갈 것 같은 비닐 우산속에 친구와 손잡고 가면서, 꽃향기 가득한 날에는 꽃술 입에 물고 꿀 빨아먹으면서........
내가 꾸었던 꿈은 말이야.... 종류도 가지가지였어. 그 꿈속엔 말이야. 선생님도 살았고,사시사철 꽃피는 언덕위에 병아리 유유자적 노니는 작은집도 살았고, 백발이 된 부모님도 살았고,아름답게 늙어가는 형제도 살았고, 사랑이 충만해서 너무나 편안한 내 가족이 살았고,곱게 늙어가는 노년의 나도 살았어 현모양처도 함께였지.
근데 말이야...난 말이야...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꿈속에것은 모두 시들고, 병들어 버리고 없어. 그런꿈들이 내게 살아있었던것 조차 가물가물 기억에서 멀어지려고 하고 있어. 내 고운 꿈들은 어디로 가고 매일 매일 헐레벌떡 시간에 쫓겨 동동거리는 내가 있고, 반짝 반짝 윤기나던 눈은 파스러러 부서질것 같이 오욕에 가득차 있고, 남편과는 늘 아슬아슬 절벽위를 기어오르는것 같은 모습이고, 아이들의 꿈은 내가 다 꿔 줘야 하는것 처럼 야단야단하면서 내가 꾸어주는 대로 이루어가라 강요하고...
난 말이야..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이제 아이들꿈을 날마다 꾼다네. 그 꿈속엔 말이야. 변호사가 있고, 검사가 있고, 의사가 있고, 교수가 있고, 한의사가있고, 회계사가 있고, 판사가 있고,별들이 있지, 여기서 꼭 하나만은 되라 되라 매일매일 엉덩이 밀며 내몰고 있지.
난말이지..이젠 말이야 내 오만과 욕심에서 비롯된 생기 잃은 꿈을 버리고 싶어 반짝반짝 윤기났던 눈으로 다시 꿈을 꾸어 볼거야. 살구나무아래에서도,아랫목에서도,책상앞에서도,우산속에서도,꿀을 빨아먹으면서도.. 내 아이들에겐 황금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할거야. 내 지위 아래 남들이 고개숙이지 않아도 좋다 할거야. 어릴때 내가 꾸었던 꿈처럼 부질없는 욕심에 멍들지 않은 예쁜 꿈을 꾸라 할거야. 그리 그리 살아라 할거야...즐거운 일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라 할거야.
난 말이지 이제 마음이 가벼워 졌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가득가득 쌓았던 까만 욕심 덩어리를 던져버리고나니 새틀처럼 가벼워져 날아오르고 싶어졌어. 나도 그렇게 살거야..이리이리 살거야..예쁜꿈만 꾸면서.... 어젯밤 아들에게 공부는 천천히 하고 영화를 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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