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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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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못 말려


BY Ria 2004-06-10

 


내가 몬 살어 너 땜에~~~~~

용수철처럼 넘쳐나는 운동량에, 호기심에, 열정적인 끼에, 막무가내를 당해내다 못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냅다 지르는 내 남자친구 엄마의 일방적인 참패의 넋두리다.

그의 반짝이는 눈도, 끝없이 재잘대는 그의 입도, 오동통한 그의 작은 손까지

그의 모든 것에 난 완전히 빠져버렸다.

떼쓰고 억지 부리고 고집불통 일 때도 있지만 그는 이제 만 육년하고 2개월의 내가 사귄

남자 친구 중에 가장 솔직하고 거짓 없는 사람이다.......

주체 할 수 없이 넘치는 끼로 좌충우돌 천방지축이지만

그래도 여자친구 앞에서나 지보다 약한 아이들은 절대 맞서지 않아 신사 적일 때도 있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내 가슴에다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날 그윽하게 한번 안아주고 찐~인한 뽀뽀까지 애~이그 웬 호강이래

그리고는 “이모 만수무강 하세요” 한다.

감격 먹어 눈물이 찔끔했는데 문수무강이란 소리에 ‘우~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지 딴에는 어디서 주워들었던 모양인데 너무나 샤프한 내 남자친구의 취향과는

쪼끔 구태하다 싶었지만 내 남자친구로서는 최대한의 배려이고 솔직함인걸.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데 뭘 한들 안 이쁠까~~~~

난 또 있는 대로 내숭을 떨며 내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내 남자친구는 종종 나를 쇼킹하게 만들곤 한다.

작년에만 해도 자동차나 총을 좋아하는 다소 단순하고 순진무구 그 자체였는데

어느 날 부턴가 굳을 대로 굳어진 나의 꼬부랑 발음을 여지없이 나무라더니 날더러

몇 번씩따라 해 보라며 그 유연하고 부드러운 발음으로 내 기를 죽인다.

과학만화에 심취한 내 남자친구는 뜸금 없이 던지는 질문 때문에 밑천이 허한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적이다 못해 감성까지 날로 비상하는 무진장한 메모리 저장기능에 난 숨이 찬다.


모처럼 마음의 양식을 좀 쌓아볼까 하고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데 내 결심을 깨는 전화

벨소리

“이모 빨리 좀 와 주세요 우리 성호가~~~~”

5학년 성호 누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바람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온통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유리파편이 늘려있고 그 사이에 내 남자친구는 핏 자국이 낭자한 모습으로

바닥에 뒹굴며 울부짖고 있고 겁에 질린 성호의 두 누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벌벌 떨며

울고 서있다

우선 아이를 안아 유리가 없는 곳으로 옮기고 아이를 살펴보았다

유리파편이 박혀 있는지 피가 계속 흐르는지 다행히 유리가 박힌 곳은 없었고 찔리고

긁혀 피가 나고 있었다.

가제로 급하게 피가 나는 곳을 지혈을 하고 겁에 질려있는 아이를 안아주며 안심을 시켰다

양다리와  장딴지 발뒤꿈치에 상처가 많았다.

여기저기 피가 나긴 했지만 깊이 찔리거나 상처가 깊지는 않아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었다

소독을 하고 피를 깨끗이 닦아내고 연고를 바르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우는소리를 멈춘다.


지 누나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 으~이그 지네엄마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몬 산다는

말 허튼소리가 아니구나 싶다.

베란다에서 거실 대형유리에 찰싹 달라붙어 스파이더맨의 기어오르는 흉내를 내다

발로 창문을 차 버리는 바람에 유리가 깨어졌다는 것이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잠시 어른들이 집을 비우면 무슨 사단이 일어나니 그 용수철을 누가 눌려둘까


요즘 내가 하는 일중에 천에 황토물들이는 일에 빠져있다.

황토 물에 천을 담그고 열심히 주무르고 있는데 녀석이 다가와서 쪼그리고 앉는다.

웬 궁금한 게 그리도 많은지 왜 흙물을 들이냐

무엇에 쓰느냐 한참 묻고 질문을 하는데 발음이 세는 느낌이 들어 가만히 보니

앞니가 다 빠져있다.

그래서 나도 대답만 하는 연인관계는 싫어 질문을 하기로 했다.

“성호야! 너 이빨 많이 빠졌네....? 그 이빨 다 어쨌니.~?”

“우리아빠는 요, 지붕위에다 던져야 까치가 새 이빨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는데요.

난 상자에다가 잘 보관해 두었어요“

“왜~에..... 뭐 하려고...?”

“아직까지 뭘 할까 생각지 못했는데요 이제 뭘 할지 생각이 났어요.....?”

“그~으래, 그게 뭔데.....?”

“이모! 내 이빨에다 황토 물을 들이고 싶어요?”

“에~엥 황토~무울....?  왜 황토 물을 들이고 싶은데”

“우리 선생님께서 식물은 물을 줘야 하구요 강아지는 잘 돌봐줘야 한데요

내 이빨은 원래 내 몸에 붙어 있었잖아요 내 몸이었으니까 내가 잘 돌 봐 야지요

상자 안에만 넣어두면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이빨에게 뭔가는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지 딴에는 진지하고  심지 굳게 하는 말이었지만 뻥 뚫린 잇몸을 드러내며 말하는

그 표정이며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우스워 나 혼자 보는 게 정말 아쉬울 지경이었다.

오~우 착하고 엉뚱한 내 남자친구~~~~~

난 무조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