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꼴찌의 맘 알리요?
지 에미 닮아 뛰었다 하면 뜀박질은 말찌를 맡아
놓은 우리 아이의 체육대회 날이었다.
아침부터 멀쩡한 운동화 타박하고.
에미가 그 심정 어찌 모르랴.
'아이를 위해서 내가 오늘은 어찌 해야 하나?'
'뜀박질엔 아예 관심 가져 주지 말아 버릴까?'
느낌상 울 아이 뛰는 것 같은데 저 만치서 딴전 피는 나.
같이 간 동생 갑자기 호들갑이다.
"언니 저-기 봐라. 결승점. 일등으로 들 오는 아 언니네 민이
맞제?" 한다.
"어!! 아닐낀데. 그럴 일은 아마도 없을끼라." 그러는데
"틀림없다. 봐라." 한다.
헐!!!
내가 내 눈을 의심 할 일이 생겼다.
틀림없이 우리 민이다.
난생 처음 팔둑에 1등이라는 도장을 받아 펄쩍 뛰는 아이.
지가 무슨 월계관 쓴 황영조라고. 오버 하기는...
그러나 어찌하랴.
오늘 하루는 좀 봐줘야 할 것 같다.
엄마 내가 출발선에서 탕 총소리가 들리는 순간....
#$%%&87865$@$$@!~$%^^
딸아이의 쏟아지는 수다가 버거워 지려하는데 콧수염이
8자로, 위끝이 싸악 올라간 할배 한분 잽싸게 다가 왔다.
"애기 어메! 집에 아 일등 했지요? 축하 또 축하합니데이."
축하하는 건 좋은데 손은 왜 저리 살살 비비는지?
할배는 몸을 꽈배기처럼 틀면서 손을 여전히 비비고 있었다.
잠시후 할배는 '짠'하며 손바닥을 내 눈 가까이에 들이 미는데
그 손안엔 시커먼 종이짝이 있었다.
" 자알 나왔지요? 일등한 아 사진입니더." 하면서 다섯 손가락
을 쫙 펴더니
"자 오천원, 오천원 만 주이소." 한다.
"????..."
멀뚱이 있는 나를 제치고 같이 온 동생 새침한 얼굴로
"안사요. 할배 갖으소." 하니
"내가 남으 얼라 사진 뭐한다꼬?. 자 그럼 이레 합시더."
할배는 쫙 폈던 다섯 손가락중 한 개를 접는다.
이때 장난기 작동한 동생 할아버지 손가락 하나 더 접으며 이레
합시더." 한다.
얼굴이 약간 일그러진 할배 원가가 이천 오백원인데예 하는데
지나가던 전혀 모르는 어떤 아짐 흥정에 끼어 든다.
"할배요 이천원에 해도 되겠네예." 하는데 할배 갑자기 "잠깐
아짐요." 그러더니 그 낯선 여자의 얼굴에 사진기를 들이 미는
거다.
'찰깍'
사진기는 즉석 카메라였다.
"할배요 제 사진은 왜 찍는데요?" 물으니 할배는 " 난 일등만 찍거든.
자 아지매가 깎는거 일등했걸랑. 자 이천원." 하신다.
아직 인화가 덜 된 사진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할배는 그녀의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