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늘 혼자이셨습니다.
얼굴은 언제나 냉랭하셨고..
즐거움도 기쁨도 늘 조용히 삭히셨습니다.
마음속 가득 찬 외로움이 행복속에도 언제나 묻어났습니다.
20년전...
큰아들 먼저 분가 시키고
작은아들과 단둘이 살던 집에 새 며느리가 들어왔지요.
가족이 적은 시댁은 웃음꽃이 피었고...
식구들은 새 식구를 사랑으로 맞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마음은...
그 소중한 아들을 뺏긴것같아... 새 며느리를 힘들게 하셨습니다.
열심히 새댁노릇을 하면서도 어머님 가슴에 빈자리를 만든 새며느리는
밤마다 적시는 벼갯머리 눈물로 쓰디쓴 신혼을 보냈습니다.
눈물과 원망과 설움속에서 10여년을 보내면서...작은 며늘은
신경과 병원신세도 지고...마음고생을 많이 했더랍니다.
그래...홀어머니와 함께 산다는건 이런거야.
시집살이...매운 인생이 그리 만만한줄 알앗드냐...
여자의 적은 여자라구...
눈물로 얼룩졌을지언정 그래도 세월은 흘러가고...
어머님이 큰집으로 합하시고...
결혼생활에 변화가 오면서
조금씩 인생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쓴맛 단맛을 알아가기를 또 10여년...
이젠...
나름대로 베테랑 주부가 되어서 어르신들 지혜를 배워가며
힘들었던 지난 시집살이와 결혼생활이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지요.
늘 혼자이셨던 우리 어머님...
처음엔 저를 힘들게 시집살이 시키시고 눈물바다속에서 헤매게 하셨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 후로..또...모질게 하신 세월만큼...
이 작은 며느리를 극진히도 이뻐해 주셨지요.
식구들 모르게 주신 사랑을 저는 말로...글로 다 할수가 없습니다.
저도 많이 인내했지만 ...
어머님은 그런 저를 속으로 더 많이 사랑하셨던거 같습니다.
29살...청상에 홀로되신 우리 불쌍한 어머님...
아들 다섯을 두셨지만... 셋을 먼저 보내신 모진 인생..
그렇게 남은 아들 둘을 끔찍히 사랑하셔서...그 아들들에게 누가 될까...
자신의 인생은 80평생 쓸쓸히 혼자 이셨습니다.
그런 어머님과....20년 세월...
미운정 고운정으로 누구보다 더 애틋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젠.. 어머님이 존경스럽고...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또 한 여자로서의 인생을 가슴깊이 공감하고 아파하면서
마음 깊이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제 정말로 내 온몸바쳐 효도 하리라 다짐했는데...
그...어머님은...지금....아무것도...모르십니다.
저희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누워계십니다.
그토록...아끼고 사랑을 쏟아주시던...작은며늘도 못 알아보시고...
아무리 애교를 떨어도...이쁜짓을 해도.... 아는척을 안해주십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많이 어머님을 서운케 해 드렸나 봅니다.
제맘대로 즐거움에 겨워 어머님의 외로움은 읽어드리질 못했나 봅니다.
철부지 며늘이 천벌을 받는거 맞습니다.
눈물이 마르질 않네요
무슨 소용이 있나요.
며칠째...그냥 숨만 조용히 쉬고 계시는 어머님..
정말...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세상이 너무 냉정해 보입니다.
인생이 너무 허망합니다.
단 한번만이라도...눈을 뜨시고 저희들을 봐주시면 좋겠는데...
단 한번...손끝이라도 움직여서 저희들 손 잡아주시면 좋겟는데...
어머님은..조용히 주무시기만 하십니다.
어머님은 일어나실수 있다고 모두 기도합니다.
며느리 들보다도 더 건강하게 사셨고.
정말 누가 봐도 백살까지 더 사실거라고 믿었는데....
저희들은 보내드릴수가 없습니다.
세상 소풍이 이리 허망하게 끝내지는 건가요.
저희들은 누굴 믿고 살아갑니까.
효도는 유효기간이 짧습니다.
내 할일 다하고 돌아볼땐 벌써 유효기간이 끝나고 말지요
뒤늦은 후회로 어리석음을 대신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부모님은 그저 곁에 계셔 주시는건만도 행복이고 힘입니다.
효도는 생활이고 자식에겐 교육이지요.
쓴맛 짠맛 매운맛..다 겪은 시집살이가..
그마저도 추억이라고 그때..어머님 건강하실때가 그리워집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철부지 며늘이..
이제사 사람되어가는거 같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빨리 일어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