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아니예요. 서울살이.
전쟁이라구요."
평온한 제주에서 서울로 이사간 선배주부의 말이다.
굳이 그이 말이 아니더라도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딸 아이.
이제까지는 그냥 혼자 되는대로 공부했지만
원하면 학원이라도 보내줘야 한다.
아니 원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 3년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이나라 교육제도상
얼르고 달래서라도
성적 올려 대학 잘보내주는 학원 있으면 보내야 된다.
"이 엄마를 좀 보렴...
이게 뭐니.. 맨날.. 집에서 빨래나 하고 청소나 하고
아빠 눈치나 보구...돈두 못벌구..
너는 말이지... 공부 잘해서 존 대학 나오갖구
무슨 일이든 전문가가 돼서 여봐란 듯이 큰소리 치면서 떵떵 거리구 살아라.
이 엄마를 좀 보렴.."
요런 무력한 엄마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딸애가
대학 잘 들어가는데 필요하다는 학원을 안가겠다고 하겠냔 말이다.
그러니
돈이 필요하단 말이다.
남편은 이제 월급쟁이 시절 처럼 고른 액수로 봉급을 가져다 주는것도 아니고
한참 크는 아들 애들은 밥이야 라면이야 먹기도 많이 먹는다.
그러니
내가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다.
남편에게 말했다.
"서울가면 내가 돈벌일좀 없을까?"
"서울에서는 같이 사는 아파트 아줌마들 한테 옷장사를 하면 좋다더라."
"에이, 그건 패션에 안목이 있는 사람들 얘기지.
나야 청바지 하나로 사철을 사는 사람이... 무슨 옷장사는... 안돼."
"그럼, 애들 모아서 글쓰기, 독서지도 같은거 해봐.
자기. 책보는거 좋아 하잖어..."
"에이, 잘나가는 글쓰기교사들이 얼마나 많을텐데...
내가 그걸 어떻게 하나..."
그러다 남편에게 서울의 벼룩신문을 보내달라고 했다.
서울의 성동,동대문 지역 벼룩신문...
제주것보다 글씨가 작고 빽빽한것이...
제주것보다 사람을 구하는곳도 많다.
설겆이 아줌마 제주보다 월급이 30여만원쯤 많다.
"아줌마 구함 1-3T가능"
제주엔 없는"1-3T".
그 1-3T가 뭐길래 가능하단건가.
주욱 살펴 내려가는데...
눈에 뜨인다.
"구좌마담 구함"
구좌마담이라?
얼굴마담이란 말은 들어봤다.
은행구좌란 말도 들어봤다.
그런데 구좌마담이라면?
얼굴이 예쁘고 수완이 좋아서 은행구좌 처럼 돈을 쏵쏵 끌어드려 쌓아놓는 마담이란 말인가?
구좌 마담?
입속에 앉은 혀처럼
술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추는 마담이란 말인가?
아니면
술집 입구에 앉아 있는 마담?
내게 해당사항도 없는
구좌마담과 쓸데없이 한참동안 실갱이를 벌였다.
돈벌이 시켜주실분
어디 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