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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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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강물이 넘실대는 짤즈흐 강변에서


BY Dream 2004-06-08


'나는 지금 부뤼셀에서 모짜르트의 고향 짤즈부룩으로 가는
 기차에서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창밖으론 영화같은 초록이....'

 

기차를 타고 자리를 잡고 앉아 공책을 꺼내들고  요렇게 메모를 하고 있는데
아들애가 물었습니다.

 

"엄마, 뭐 하는거야?"

 

옆에 앉은 딸애가 흘깃 내 메모를 살피더니

 

"친구한테 편지 쓰나봐..
부뤼셀에서 짤즈부룩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편지를 쓴다구.."

 

"아하하하.. 받는 사람 딥따리 재수 없겠다. 하하"

"맞아,맞아.. 하하 위에 두줄 읽다 구겨버릴지도 몰라.. 킥킥킥"

 

생각해 보니,
맞는말인것도 같았습니다.

유럽의 아줌마들이 아끼고 아껴서 휴가때 한번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가는곳 마다 엽서를 뭉탱로 사서
옆집아줌마, 옆집에 옆집 아줌마, 아는 사람, 아는사람에 아는사람 앞으로
몇글자씩 끄적끄적 그려 보낸다잖습니까.

 

'나, 여행왔어요.
 정말 환상적인 이곳에서 내가 지금 얼마나
 즐겁게 휴가를 즐기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제발 좀 부러워 하세요.'

 

몇일 안보는 새,
뭐 궁금할것도 없는 사이지간에
여행지에서 이리저리 날라 오는 엽서에는
요딴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쓰던 공책을 가방에 집어 쳐 넣고
의자를 펴서 방을 만들고 우리가족 다섯명은
요리조리 발을 뻗고 누워서 시시덕 거리며 놀다 일어나

부뤼셀에서 준비한 통닭구이와 과일 음료수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한사람씩 세면장으로 가서 이닦고 세수하고
담요를 꺼내 덮고 누워
드믄드믄 별이 떠 있는 유럽의 하늘을 바라 보며
잠을 청했답니다.

새벽녘, 여권과 차표검사를 하고
우리가족은 또 한사람씩 세수하고 이닦고
짤즈부뤀역에서 내렸습니다.

공기가 쉬원했습니다.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마시며
일렬로 주욱 서서
'사운드오브 뮤직'투어가 시작되는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아! 영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오니
길 묻는것도 편해졌습니다..
피차, 외국어이니
피차, 주눅들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운드오브 뮤직 투어는 버스를 타고 싸운드오브뮤직 영화 촬영지 곳곳을
2시간여에 따라 도는코스로
눈도 코도 즐거운데
귀가 힘들었습니다.... 완전 영어 리스닝 공부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인혜엄마, 짤즈부뤀에 가시면 꼭 빼먹지 말고 이 버스투어 선택하세요..

 

사운드오브 뮤직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또 터덜터덜 걸어서
모짜르트의 생가를 찾아갔습니다.
거기, 모짜르트 머리카락, 모짜르트가 쓰던 피아노 , 가족들의 옷가지....
뭐 이런것들이 진열돼 있었는데
아이들은 지금 그런것은 별로 기억에도 없고
모짜르트 생가 앞 시장 포장마차에서 사먹었던
질긴 빵에 구운 쏘세지를 끼우고 양겨자를 듬북 발라서 먹었던
그 맛있던 점심이야기만 합니다.

'모짜르트 생가'하면
'아! 그앞에서 먹은 쏘세지' 이렇게 말입니다.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구경에 지친 우리가족은

짤즈흐 강변, 벤취에 앉았습니다.
회색빛 강물이 넘실넘실 흐르는 짤즈흐 강,
어린 모짜르트가 저강물을 보면서 이강가에서 뛰어 놀았을까?
뛰어 놀았다면,
모짜르트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

 

"얘야, 모짜르트야,,, 오늘 피아노 연습량 다 채웠니?
 몇시간이나 연습했니? 그래갖구 궁중음악학교 들어가겠니?
 다른 애들은 손가락에서 피가 나두룩 한다는데....
 빨랑 들어가라..."

 

아!.. 이건 요즘 태어난 모짜르트들의 엄마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엄마는 혹시 이렇게 말했을려나????

 

"네 가슴속에 저 넘실거리는 강물을 담으렴...
 그리고 그것을 노래해 보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