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내가 모시던 영숙 할매는 하늘나라로 가셨습
니다.
코와 가래가 많아 늘 그르렁거려 옆 할매가 붙여 준
코쭐쭐이라는 별명을 남겨 놓은체.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 죽조차 즙을 내 물만 삼키던
할매. 죽보다 순한 미음드렸더니 맛나 하며 좋아라
하시더니 어느날 갑자기 물도 넘기질 못하셨지요.
호흡이 고르지 않기 시작하더니 진땀이 온몸에 끈적
하게 돌았고 항문 괄약근이 벌어지기 시작했지요.
생체의 오르간이 하나씩 망가져 가면서 생은 그렇게
할매의 육신을 빠져 나가는 사인을 보내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아요. 할매의 아드님에게
전갈을 보냈는데...
바빠서 당장은 갈 수 없고, 중환자실에 모실 형편
또한 어려우니...
집에서 영양수액을 투여하면서 할매를 바라보는데
자신에게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할매도
감지하고 있었지요.
"아들 부르지 마소. 어차피 죽을 건데. 우리 아들 하던
사업 빚져서 지금 버둥거릴텐데 에미라고 보태줄 것 하나
없고 그저 조용히 떠날라요." 합니다.
죽음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영혼은 부실한 육신곁
에서 하루, 이틀 그렇게 머뭇거렸습니다.
호흡곤란이 더 심해져 할매를 엠블런스에 태운후 아드님
의 거주지와 가까운 영안실이 있는 병원으로 향하면서
응급실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아드님과 했지요.
엠블런스안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체 힘든 호흡을 하면서
할매는 무서워 하며 내손을 꽉 움켜 잡습니다.
저렇게 무서워 할 것을 혼자서 감당하려는 모정이 애처로와
팔을 벌려 가슴에 꼭 안아줬더니 작은 몸체는 떨림이 훨씬
줄었습니다.
"할매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요. 아드님 저기서 기다
리고 있어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내 소리가 들리면 잡은 손 힘줘 보세요.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지요.
힘이 없어서 일까? 이번엔 눈을 깜빡여 보라 했지요.
호흡이 어려워 얼굴을 잔뜩 찡그렸던 할매는 눈꺼풀을 들썩여
줍니다.
아! 됐어. 난 할매가 의식을 다 잃을까봐 할매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오바 스끼장 사꾸지쓰와 이로이로 오세아니 나리마시다~ ~
이 노래는 할매가 일정시대 소학교 시절 부르던 노래인데
평상시 할매가 즐겨 부르던 노래이지요.
노래에 도돌이표를 달아 여러차례 반복하는 동안 차는 어느결에
응급실 입구에 왔지요.
응급실 입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드님 품에 안긴 할매는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아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합니다.
할매의 동공은 이미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늘밤을 못 넘길 것 같습니다. 하는 응급실 실장님의 말을
뒤로 한 체 발길을 돌리려는데 할매의 아드님이 배웅을 나옵니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하는 말에 화가 나 있던 나는 헛!!
하마터면 어머니 돌아가신후 절대 울지 마세요 라고 실언을
쏟아 놓을 뻔 했습니다.
절대 울지 말라. 어쩜 그건 10 여 년전 간경화로 죽음의 문턱에선
아버지를 병실에 남겨 둔 체 바쁜 일상으로 돌아 왔던 내가 나를
책망하던 말이기도 합니다.
올때 빵 사와. 하는 집에 계신 할매들의 말이 생각나 제과점에
들러 몇가지의 빵을 사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여기 저기서 꽃잎들이 떨어져 거리로 흩날립니다.
더러는 내 차창에 와 몸을 부딪히기도 합니다.
나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오바 스끼장 사꾸지쓰와 이로이로 오세와니 나리마시다.....